[동아일보] 경건한 바흐, 천진한 모차르트…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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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2-11-28 16:37
조회
390
‘LG와 함께하는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예선평
24일 펼쳐진 ‘LG와 함께하는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차 예선무대에 선 브렌던 시어 씨(25·미국). 바이올린 부문에서 기량을 겨루는 이번 콩쿠르는 29일까지 계속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바이올린의 성경’이라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시칠리아노’는 가장 경건하고 가장 평화로운 바흐 음악의 정수다. 은근슬쩍 들어가는 7개의 단음에 이어 느닷없이 ‘더블스토핑’(2개 이상의 현을 동시에 그어야 하는 기교)으로 하강하는 동기가 홍조 띤 소녀의 미소처럼 수줍다. 3분 남짓 연주자의 활 끝에서 피어오르는 시칠리아 농민의 소박한 노래는 객석을 온통 봄의 향기로 물들였다.
‘LG와 함께하는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 3일째 경연이 열린 2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다섯 번째 순서로 나온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씨의 바흐는 대단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견지했다. 스페인에서 온 프란시스코 가르시아풀라나 씨(22)는 같은 곡에 풍부한 감정을 실어 또 다른 표정으로 만들어냈다. 그의 독특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프레이징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에서 더욱 빛났다.
이날로 콩쿠르는 전반전이 끝났다. 2009년에 비해 레퍼토리가 확장됐다. 무반주 파르티타가 추가되고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도 거의 전곡을 망라했다. 한국 작곡가의 위촉 작품도 세 곡으로 늘었고 결선 협주곡 수도 늘었다. 덕분에 객석에서 골라 보는 재미가 배가되었다. 13개국 33명이 겨룬 1차 예선이 끝나고 모차르트의 협주곡으로 겨루는 2차 예선은 비교감상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24일 최연소 참가자인 로라 연수 박 양(18)은 협주곡 5번에서 모차르트가 가진 천진함과 격한 질주를 적시적소에 표현하며 당찬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어 열 살 많은 러시아 출신 파벨 밀류코프 씨(28)는 같은 곡을 엄청난 스케일감으로 연출하며 청중을 압도했다. 저음의 비브라토는 자로 잰 듯 명확했으며 고음부 또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같은 곡이지만 판본과 카덴차가 달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렸다. 25일은 세 명의 한국 여성 참가자 하유나(21), 이지윤(20), 권그림 씨(22)의 무대가 돋보였다.
30일부터 개최되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맞물려 연주자의 분산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이 저하되리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결선을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명 콩쿠르에 비해 텅 빈 객석은 우리의 무관심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음악도들은 레슨보다 훨씬 교육효과가 높은 콩쿠르 장으로 나와 함께 축제를 즐기면 어떨까. 연주자 또한 경연이라는 딱딱한 틀을 벗어나 어디서든 즉석에서 시를 읊을 수 있는, ‘봉장풍월(逢場風月)’하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남은 일정>
▽준결선=25, 26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만5000원 ▽결선=28일 오후 7시, 29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정치용) 협연. 1만5000∼3만 원.▽시상식=29일 오후 6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61-1415, 1416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
동아일보 2012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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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펼쳐진 ‘LG와 함께하는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차 예선무대에 선 브렌던 시어 씨(25·미국). 바이올린 부문에서 기량을 겨루는 이번 콩쿠르는 29일까지 계속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바이올린의 성경’이라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시칠리아노’는 가장 경건하고 가장 평화로운 바흐 음악의 정수다. 은근슬쩍 들어가는 7개의 단음에 이어 느닷없이 ‘더블스토핑’(2개 이상의 현을 동시에 그어야 하는 기교)으로 하강하는 동기가 홍조 띤 소녀의 미소처럼 수줍다. 3분 남짓 연주자의 활 끝에서 피어오르는 시칠리아 농민의 소박한 노래는 객석을 온통 봄의 향기로 물들였다.
‘LG와 함께하는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차 예선 3일째 경연이 열린 2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다섯 번째 순서로 나온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씨의 바흐는 대단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견지했다. 스페인에서 온 프란시스코 가르시아풀라나 씨(22)는 같은 곡에 풍부한 감정을 실어 또 다른 표정으로 만들어냈다. 그의 독특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프레이징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에서 더욱 빛났다.
이날로 콩쿠르는 전반전이 끝났다. 2009년에 비해 레퍼토리가 확장됐다. 무반주 파르티타가 추가되고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도 거의 전곡을 망라했다. 한국 작곡가의 위촉 작품도 세 곡으로 늘었고 결선 협주곡 수도 늘었다. 덕분에 객석에서 골라 보는 재미가 배가되었다. 13개국 33명이 겨룬 1차 예선이 끝나고 모차르트의 협주곡으로 겨루는 2차 예선은 비교감상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24일 최연소 참가자인 로라 연수 박 양(18)은 협주곡 5번에서 모차르트가 가진 천진함과 격한 질주를 적시적소에 표현하며 당찬 연주를 보여주었다. 이어 열 살 많은 러시아 출신 파벨 밀류코프 씨(28)는 같은 곡을 엄청난 스케일감으로 연출하며 청중을 압도했다. 저음의 비브라토는 자로 잰 듯 명확했으며 고음부 또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같은 곡이지만 판본과 카덴차가 달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렸다. 25일은 세 명의 한국 여성 참가자 하유나(21), 이지윤(20), 권그림 씨(22)의 무대가 돋보였다.
30일부터 개최되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맞물려 연주자의 분산으로 참가자들의 실력이 저하되리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결선을 앞두고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명 콩쿠르에 비해 텅 빈 객석은 우리의 무관심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음악도들은 레슨보다 훨씬 교육효과가 높은 콩쿠르 장으로 나와 함께 축제를 즐기면 어떨까. 연주자 또한 경연이라는 딱딱한 틀을 벗어나 어디서든 즉석에서 시를 읊을 수 있는, ‘봉장풍월(逢場風月)’하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남은 일정>
▽준결선=25, 26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만5000원 ▽결선=28일 오후 7시, 29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정치용) 협연. 1만5000∼3만 원.▽시상식=29일 오후 6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61-1415, 1416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
동아일보 2012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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