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ANO] 명교수들의 마스터 클래스,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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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1-11-28 16:1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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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MASTER CLASS

 

오픈 피아노 포럼이 주최한 2011년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 마스터 클래스가 4월 15일(금), 4월 19일(화), 4월 22일(일)에 모차르트홀에서 열렸다. 콩쿠르 심사위원 중 마스터 클래스에 초청된 7명은 Prof. Hui-qiao Bao(중국), Prof. Jerome Lowenthal(미국), Prof. Pavel Gililov(독일), Prof. Arie Vardi(이스라엘), Prof. Joaquin Soriano(스페인), Prof. Hiroko Nakamura(일본), Prof. Fanny Waterman(영국)이었다. 모두 세계 음악계에서 최고의 연주자와 교육자로 인정받고 있는 거장들이어서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많은 음악인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제는 한국으로 음악 유학 가는 시대"

개최국에서 국제콩쿠르 심사를 하는 도중에 심사위원들이 한꺼번에 마스터 클래스에 초청된 일은 유래가 드문 일이어서,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각 심사위원들이 처음 제의를 받고 망설였다가, 콩쿠르 참가자들과는 무관하고 주최측이 적극 협조하는 일임을 알고 나서야 초청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전신은 동아국제음악콩쿠르로 제1회가 1996년에 개최되었다. 당시 1위 우승자인 Aviram Reichert는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고, 2위 입상자인 Alexio Bax는 2000년 리즈 콩쿠르 1위 우승자가 되었다. 4위 입상자인 Antti Siirala는 비엔나 베토벤 콩쿠르 1위 우승, 2003년 리즈콩쿠르 1위 우승을 하는 등, 제1회 국제콩쿠르의 입상자가 이렇게 많이 두각을 나타낸 콩쿠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상위 입상자 외에 다른 많은 참가자들도 필자가 유럽에서 공부하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뛰어난 연주자로 만날 수 있었다.

그 후 한국은  IMF 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콩쿠르의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전국민의 노력으로 단기간의 극복을 해냈다. 또한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외국에서 피부로 느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은, 모든 분야의 인재들에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에 힘입었는지 한국의 피아니스트들도 세계무대에서 과거에는 상상만 해도 즐겁고 놀라웠을 만한 낭보를 속속 전해오기 시작했다. 나아가 다시 개최하게 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하는 것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일 모두 자랑할 만한 일이 되었다. 역시 정상에서는 통한다 했던가. 마스터 클래스를 보면서 심사위원 출신에 관계없이 모두 기본적인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어떤 것을 더 강조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

현재 중국음악인협회 부회장인 바오 후이차오의 곡 전체를 아우르며 소리와 색채에 대한 아이디어를 새롭게 생각하게 했던 브람스와 쇼팽의 마스터 클래스에 이어 줄리아드에 재직중인 제롬 로웬탈은 10여년 전에는 다소 파격적인 해석이었을 쇼팽의 '판타지 Op.49'의 도입부의 건조한 페달 사용을 주저 없이 제시했다. 또 그가 소개한 쇼팽 소나타 3번 1악장의 마지막 코드를 다소 여리게 마무리하여 2악장 시작의 왼손의 화성 진행과 연결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오래전에 조심스럽게 시도된 해석 중의 하나였다.

파벨 길릴로프는 필자가 사사한 스승으로서, 필자의 한국 동료 사이에 일명 'oo전과'라고 불릴 정도로 보편타당성을 강조한다(흥미롭게도 이 대표적인 참고서의 이름이 마침 또 콩쿠르와 관련이 있다). 쇼팽 소나타 2번 1악장을 다루면서 쇼팽의 작품은 전혀 날카롭거나 공격적인 소리가 나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각 성부 화음의 어울림과 쇼팽이 쓰고자 했던 페달, 손목 등의 신체를 이용해서 적당한 음색을 찾는 방법 등을 다루면서 1975년 쇼팽 콩쿠르 4위 입상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편, 유명한 학생(조성진)의 마스터 클래스는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슈만의 '유모레스크 Op.20'을 들으면서 오른팔에 비해 왼팔의 활용이 적은 점, 클라이맥스에 도달함과 동시에 긴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점 등을 지적하고, 건반 깊이를 끝까지 이용하여 다양한 음색을 만들도록 시도해 보라고 하는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악보에 쉼표를 지키지 않는 부분을 표시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스페인 출신 호아킨 소리아노는 이몰라 아카데미에 마스터 클래스를 하는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데, 필자가 학교에서 그 사진을 보았다고 했더니 '나의 큰 머리를 말이죠?' 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매우 다혈질인 성격의 소유자인데, 페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든 시간을 거기에 할애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반가웠던 것은 페달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가르칠 때 쓰는 필자의 방법, '치고, 듣고, 밟기'를 단순하고도 명확하게 짚어주었다는 것이다. 결국 쉽게 표현되어야 전달이 쉬운 것이었다. 베토벤에서의 페달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만약 홀의 음향이 건조하거나 손으로 공명을 유지할 수 없다면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리스트의 '노르마의 회상'을 가르치다가 결국 모차르트의 '론도 a-minor'로 마무리했는데, 비르투오조의 곡보다는 모차르트의 간결한 음악 속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의도였던 것 같다.

히로코 나카무라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이며, 1965년 쇼팽 콩쿠르에서 4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이다. 필자도 콩쿠르에서 그녀의 심사를 받은 적이 있어서 어떤 연주를 보여줄지 내심 궁금했던 터에, 2010년 한국에서 열린 그녀의 독주회에서 뛰어난 연주력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프로코피에프 협주곡 2번을 친 학생의 연주가 정말 완성도가 높다며 극찬을 하고, 바르샤바에서 자신이 프로코피에프 협주곡을 치기 직전 폴란드-베네수엘라 출신인 줄리아드 친구가 해준 실수담에 영향을 받아 연주도중 실수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앞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친 학생에게 다시 시간을 더 할애하여 매우 일반적인 해석위에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제시해 주는 한편, 한국은 'piano company'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리즈 콩쿠르의 창시자이자 심사위원장인 패니 워터만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기 전에 막간을 이용하여, 이전에 번역 출간된 그녀의 책 <피아노 가르치기와 연주하기>, 때마침 한국에서 출간된 나카무라 히로코의 책 <차이콥스키 콩쿠르, 그 숨겨진 이야기>의 출판기념회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패니 워터만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렁차고 활기 있는 목소리로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4번'과 슈만의 '소나타 1번'을 강의했는데, 특히 슈만을 친 학생에게 '사랑은 해봤나?'라는 화두를 던지며, 슈만 작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슈만의 가곡을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명교수로 유명한 아리에 바르디는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 작품을 통해 열정과 유머가 있는 가르침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젊은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고 함께 음악을 공감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그의 인자한 모습에서 어떤 한 부분을 가르친다기보다는 더 깊은 경험을 나누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폭 넓은 예술에 대한 열정과 박식한 논리가 자연스럽게 묻어난 시간이었다.

이번에 초청된 심사위원들의 마스터 클래스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굵직한 콩쿠르마다 위촉되는 그들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스터 클래스는 참가자들도 초청된 심사위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반해, 심사위원 숙소로 사용된 서울 모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어떤 피아니스트가 브람스의 Op.118-2 등을 박자, 템포를 무시하고 치며 식사시간 내내 꽤 신경 쓰이게 했던 모양이다. 그 피아니스트도 한국 피아노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본의 아니게 있었던 셈인데, 한국 피아니스트 수준의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겠다. 필자가 맡은 학생이 당장 어떻게 되지는 못하더라도 성실하게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하게 한 대목이었다. 그들에게 배운 어떤 또 다른 학생이 비슷한 자리에 서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 파벨 길릴로프는 '우리의 손자세대는 아마 한국으로 피아노 유학을 와야 할 것'이라며 매우 진지하게 예견했는데, 그 시대를 맞이할 주역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을 막중하게 느껴야 하는 이유는, 앞서 가신 세대들이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환경도 열악한 때에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내신 덕분에 지금의 르네상스를 누릴 수 잇는 것이며, 그 결과는 단기간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오랜 시간의 숙성으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 이예림(피아니스트)

 

나카무라 히로코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 숨겨진 이야기>

패니 워터만 <피아노 가르치기와 연주하기> 출간 기념회

 

4월 22일 금요일 오후 모차르트홀에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나카무라 히로코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 숨겨진 이야기>와 패니 워터만의 <피아노 가르치기와 연주하기>의 한국어판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음연에서 출판된 이 책들은 두 세계적 음악거장의 음악적 경험이 그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있어, 음악인들의 큰 기대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는 정진우, 신수정, 이경숙, 김대진, 장형준, 유혜란, 김재미, 조지현 교수와, 음연과 야마하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음악인들이 함께 축하를 나누고 정갈한 다과와 함께 뜻깊은 봄날의 오후를 보냈다.

일본 피아노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하마마츠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나카무라 히로코의 저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 숨겨진 이야기>는 25년 전 출간 당시 일본에서 2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서, 또 오야소이치 논픽션상 수상작으로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녀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서 참가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시간을 넘나들며, 일본과 유럽, 미국 음악계를 날카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바라본 시선을 담은, 보기드문 수작이다. 음악과 일본문학을 전공한 김경욱이 번역했고, 나카무라 히로코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신수정 교수가 감수했다.

패니 워터만의 <피아노 가르치기와 연주하기>는 그녀가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 깨달은 바를,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학생 수준에 따른 레슨의 형식(lesson format), 음색,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 페달링 등 세부사항으로 나누어서 기교(crafsmanship), 악상기호, 리듬, 연주곡목 선정 등으로 상세히 설명한 음악성(musicianship)의 큰 줄기를 잡았다. 어떤 수준의 연주가, 교육자가 읽기에도 실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덧붙여 공연, 연주회와 콩쿠르에 대해서 간략하면서도 명료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의 번역으로 그 음악적 전문성이 더욱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필자가 만난 두 책의 저자들은 이날 지인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솔하고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패니 워터만의 "배움을 멈춰도 좋은 나이는 없다"는 말처럼, 두 거장의 멈추지 않는 음악적 발전과 음악계에의 기여가 무척 기대된다.

 

글. 강효지(피아니스트)

 

 

THE PIANO 2011년 6월호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 마스터 클래스(Page 7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