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키워드로 본 클래식, 오페라, 국악

작성자
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5:15
조회
398
[2009 문화, 라이프 화두는] '앙상블 디토' 클래식계 스타 마케팅 성공 사례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훑고 간 상반기에는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가 속출했고, 하반기에는 신종플루로 인해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객석에 자리하는 진풍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의 규모를 줄이고 단가를 낮추면서 전체적인 클래식 공연의 관객수까지 줄지는 않았다는 것이 공연기획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대형 이슈는 없었지만 클래식 음악이 주는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연들이 그 빈 자리를 메웠다. '뉴스가 없는 게 뉴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다소 잠잠했던 2009년의 클래식. 그러나 의미 있는 움직임마저 없던 것은 아니다.

클래식 아이돌

공연장에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는, 앙상블 디토를 비롯한 클래식계 아이돌의 활동이 낯설지 않은 한 해였다. 탄탄한 기량을 기반으로, 정통 클래식만을 연주하는 모델 같은 아티스트들은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클래식계 스타 마케팅 시스템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앙상블 디토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6월에 열린 '디토 페스티벌'이 그 정점이다. 올해 처음 시도한 '디토 페스티벌'의 미덕은 비단 앙상블 디토만의 축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본 바이올린 연주자 고토 류, 중국 첼리스트 다쑨 장, 피아니스트 김준희, 김태형 등 국내외 유망주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디토 오케스트라' 의 참여는 '디토'라는 브랜드를 축으로 음악적 경험의 외연을 넓혔다. 앙상블 디토의 주 팬층인 20대~30대 여성들은 이 경험을 기꺼이 즐겼음은 물론이다.

젊은 에너지의 분출은 국제 콩쿠르와 무대 위에서도 충분히 발현됐다. 신년 초, 키오이신포니에타 도쿄 내한공연에서 바이올린 협연했던 장유진은 마이클 힐 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해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였던 신현수(바이올린) 역시 6월엔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와 김수연은 8월에 열린 '7인의 음악인들'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정명훈, 양성원 등과 함께 인상적인 연주를 펼쳤다.

4년마다 열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를 통해 미국에서 3년간 순회 공연의 기회를 잡았고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강승민은 떠오르는 신예가 되었다. 올해 콩쿠르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일본 하마마쓰 피아노 콩쿠르에서 열다섯 살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김선욱을 잇는 대형 신인의 탄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페라의 변신

알게 모르게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오페라가 간만에 기를 폈다.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마술피리> 일색이던 오페라 무대에도 골라 보는 재미가 생겼다. 국내에서 좀처럼 공연되지 않았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페라, 중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등의 변신이 눈길을 끌었다.

국립 오페라단의 <노르마>와 <사랑의 묘약>, 서울시오페라단의 <운명의 힘>, 무악 오페라단의 <피델리오> 등은 신선한 공연과 연출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소영 국립 오페라 단장이 연출한 <사랑의 묘약>에는 유럽에서 더 유명한 소프라노 임선혜와 테너 정호윤이 출연해 아름다운 화음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1시간 내외 분량의 소극장 오페라는 제법 국내에서도 역사가 오래됐지만 밀도 높은 기획과 꾸준한 공연으로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11주년을 맞은 소극장 오페라 축제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에서 비롯한 교훈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본래 소규모의 살롱 오페라로 제작된 모차르트의 3막의 미완성 오페라 <카이로의 거위>와 도니제티의 <울 엄마 만세> 등 두 편의 한국 초연작도 공연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부암아트홀과 공동으로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 '부암아트 살롱 오페라 축제'를 진행했다. 격월로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는 총 8작품이다.

국악을 초월하는 색다른 국악

장기간 국악계를 독식해오던 키워드, '젊음'과 '퓨전'은 이제 '창작'과 '월드뮤직'에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다. 올해 국악계에서 가장 큰 성과는 타악그룹 '들소리'의 세계적인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 초청이다.

한국팀 최초로 정식 쇼 케이스에 선정된 '들소리'는 공연 후 21개국 프로모터로부터 공연 요청을 받았고 영국을 비롯한 5개국 음반사로부터 음반 제작을 제안 받았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역시 5집 앨범 <달하 노피곰>이 영국의 월드뮤직 전문지인 '송라인스'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국악의 월드뮤직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음악을 담당한 '아나야', 기존 판소리의 참신한 편곡이 돋보이는 '프로젝트 락',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극으로 옮긴 국립 창극단의 시도도 신선하다. 작품의 창작과 변주에서 확장되어 악기 개량을 통해 국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들도 있다.

거문고 팩토리는 기타처럼 어깨에 둘러메고 연주할 수 있는 담현금(擔玄琴), 거문고의 치명적인 약점인 작은 소리를 이펙터를 이용해 증폭시키는 전자 담현금까지 거듭 진화 중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성탄 음악회'에서는 전자 해금 'I 해금'의 첫선을 보였다. 숙명가야금연주단 역시 국악이란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악기를 개량하면서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실험하고 있다.

주간한국 2009년 12월 23일(수)
주간한국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