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늦깎이 성악도, 미래 거장으로 우뚝… 테너 김범진씨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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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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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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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테너 김범진씨 우승
진실한 감정을 담은 노래로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테너 김범진 씨.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때에야 뒤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한 성악도는 5년 뒤 국제 콩쿠르에서 “완벽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7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은 테너 김범진 씨(23·한국예술종합학교)에게 돌아갔다.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콩쿠르에서 김 씨는 올해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이다.
2위는 바리톤 김주택(27·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3위는 테너 김정훈(25·서울대), 4위는 테너 이명현 씨(25·서울대), 공동 5위는 바리톤 윤기훈 씨(32·한양대)와 유한승 씨(28·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였다. 19일 개막한 이번 콩쿠르는 13개국 46명이 참가해 7개국 24명이 1차 예선의 관문을 넘었고, 4개국 12명이 2차 예선을 통과해 준결선에 진출했다. 27일 2개국 7명이 마지막 경연을 펼쳐 최종 순위를 가렸다. 이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층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젊은 성악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가 이어졌다.
콩쿠르 입상자들. 왼쪽부터 2위 김주택, 4위 이명현, 3위 김정훈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범진 씨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태양아 떠올라라’와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서 ‘그대의 찬 손’을 불러 갈채를 받았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멋 부리지 않는 담백한 해석과 다채로운 음색, 깨끗한 고음, 적절한 메차보체(고음에서 음량을 줄여 여리고 부드러운 음으로 노래하는 것)로 미래 거장의 탄생을 알렸다”고 평했다. 열띤 경연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시상식에서 1위로 호명된 김 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꿈만 같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이는 성악도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일고 시절, 그가 학교 축제에서 가요를 부르는 것을 들은 음악교사는 성악을 공부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2008년 고3 때 음악교사는 그에게 음악회 표를 건넸다. 환일고 선배인 성악가 김우경의 귀국 독창회였다. 독창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객석에서 그는 결심했다. ‘나도 저 선배처럼 테너가 되고 싶다.’
이듬해 서울의 한 사립대 성악과에 진학했지만, 보다 좋은 환경에서 노래하고 싶어 재수를 선택했고 한예종에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매진해 온 동료들의 뛰어난 실력이 자극제가 됐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어머니 홍성란 씨(54)는 “이번에는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이 워낙 쟁쟁해서 큰 기대를 안 했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상금 5만 달러(약 5500만 원)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독창회 등의 특전을 받는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산하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공식 회원으로 한국인 남성 1, 2위 입상자는 병역특례 대상이 된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상범 서울시 부시장,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결선 경연을 관람하기 위해 음악평론가와 클래식 애호가, 성악도들도 줄지어 공연장을 찾았다. “브라보!”와 아낌없는 환호가 이어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 심사위원 총평 “입상자 모두 유럽 오페라 오디션 초청” 격찬 ▼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7개국 9명의 심사위원들은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위원. 왼쪽부터 이치하라 다로, 박정원, 그레고리 헹켈, 주아이란,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윤현주, 최현수, 크리스토프 마이어, 제라르 모르티에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준 높은 참가자가 워낙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으로 크리스토프 마이어 독일 뒤셀도르프 극장장, 제라르 모르티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장,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교수, 이치하라 다로 일본 도쿄예술대 초빙교수, 주아이란 중국 중앙음악원 명예교수, 그레고리 헹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감독, 윤현주 서울대 음대 교수, 박정원 한양대 음대 교수,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9일간 경연을 지켜보았다.
주요 극장과 오페라단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들은 입상자들에 대해 큰 관심을 표했다. 모르티에 극장장은 “우승한 김범진과 2위에 오른 김주택은 진정으로 최고였다”면서 “한국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성악가들을 배출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상자 모두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의 오디션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헹켈 감독은 “입상자들이 하나같이 굉장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 감탄했다”면서 “이들이 우리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윤현주 교수는 “한국의 젊은 남자 성악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경연이었다”면서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진다면 음악적 표현에 반영돼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980, 90년대 스타 테너로 활약했던 아라이사 교수는 “참가자들의 기량이 고루 뛰어나고 치밀하게 잘 운영되어서 콩쿠르 내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13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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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감정을 담은 노래로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테너 김범진 씨.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때에야 뒤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한 성악도는 5년 뒤 국제 콩쿠르에서 “완벽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7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은 테너 김범진 씨(23·한국예술종합학교)에게 돌아갔다.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콩쿠르에서 김 씨는 올해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이다.
2위는 바리톤 김주택(27·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3위는 테너 김정훈(25·서울대), 4위는 테너 이명현 씨(25·서울대), 공동 5위는 바리톤 윤기훈 씨(32·한양대)와 유한승 씨(28·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였다. 19일 개막한 이번 콩쿠르는 13개국 46명이 참가해 7개국 24명이 1차 예선의 관문을 넘었고, 4개국 12명이 2차 예선을 통과해 준결선에 진출했다. 27일 2개국 7명이 마지막 경연을 펼쳐 최종 순위를 가렸다. 이날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층 객석이 가득 찬 가운데 젊은 성악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가 이어졌다.
콩쿠르 입상자들. 왼쪽부터 2위 김주택, 4위 이명현, 3위 김정훈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범진 씨는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태양아 떠올라라’와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서 ‘그대의 찬 손’을 불러 갈채를 받았다. 음악칼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멋 부리지 않는 담백한 해석과 다채로운 음색, 깨끗한 고음, 적절한 메차보체(고음에서 음량을 줄여 여리고 부드러운 음으로 노래하는 것)로 미래 거장의 탄생을 알렸다”고 평했다. 열띤 경연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시상식에서 1위로 호명된 김 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꿈만 같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이는 성악도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일고 시절, 그가 학교 축제에서 가요를 부르는 것을 들은 음악교사는 성악을 공부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2008년 고3 때 음악교사는 그에게 음악회 표를 건넸다. 환일고 선배인 성악가 김우경의 귀국 독창회였다. 독창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객석에서 그는 결심했다. ‘나도 저 선배처럼 테너가 되고 싶다.’
이듬해 서울의 한 사립대 성악과에 진학했지만, 보다 좋은 환경에서 노래하고 싶어 재수를 선택했고 한예종에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매진해 온 동료들의 뛰어난 실력이 자극제가 됐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어머니 홍성란 씨(54)는 “이번에는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이 워낙 쟁쟁해서 큰 기대를 안 했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상금 5만 달러(약 5500만 원)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독창회 등의 특전을 받는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산하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공식 회원으로 한국인 남성 1, 2위 입상자는 병역특례 대상이 된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상범 서울시 부시장,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윤여순 LG아트센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결선 경연을 관람하기 위해 음악평론가와 클래식 애호가, 성악도들도 줄지어 공연장을 찾았다. “브라보!”와 아낌없는 환호가 이어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 심사위원 총평 “입상자 모두 유럽 오페라 오디션 초청” 격찬 ▼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7개국 9명의 심사위원들은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위원. 왼쪽부터 이치하라 다로, 박정원, 그레고리 헹켈, 주아이란,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윤현주, 최현수, 크리스토프 마이어, 제라르 모르티에 씨.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준 높은 참가자가 워낙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으로 크리스토프 마이어 독일 뒤셀도르프 극장장, 제라르 모르티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장,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교수, 이치하라 다로 일본 도쿄예술대 초빙교수, 주아이란 중국 중앙음악원 명예교수, 그레고리 헹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감독, 윤현주 서울대 음대 교수, 박정원 한양대 음대 교수,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9일간 경연을 지켜보았다.
주요 극장과 오페라단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들은 입상자들에 대해 큰 관심을 표했다. 모르티에 극장장은 “우승한 김범진과 2위에 오른 김주택은 진정으로 최고였다”면서 “한국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성악가들을 배출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상자 모두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의 오디션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헹켈 감독은 “입상자들이 하나같이 굉장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 감탄했다”면서 “이들이 우리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윤현주 교수는 “한국의 젊은 남자 성악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경연이었다”면서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진다면 음악적 표현에 반영돼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980, 90년대 스타 테너로 활약했던 아라이사 교수는 “참가자들의 기량이 고루 뛰어나고 치밀하게 잘 운영되어서 콩쿠르 내내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13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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