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더 달콤하게 더 뜨겁게… 리듬을 딱딱 물어요!”… 오페라 ‘라보엠’ 연습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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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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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8 16:4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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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창단 50돌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앞. 꿈꾸는 듯한 관악기와 부드럽게 흐르는 현악기의 선율이 새나왔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1막의 2중창 ‘오, 사랑스런 아가씨’.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서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부분은 아름답고 더 따스하게 연주해야 해요. 둥글고 부드러운 벨벳 사운드! 그러고 나선 지구의 중심처럼 뜨겁게 타올라야죠. 베이직부터 다른 사운드, 완전히 다른 레벨로 도약해야 합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 연습 현장이다. 성악가들과 서울시향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날, 오케스트라 뒤편에 도열한 성악가들의 표정에서 긴장이 엿보였다. “연습 템포로 조금 천천히 가겠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성악가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세요.” (정 감독)
푸치니의 대표작이자 ‘20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된 오페라’(모스코 카너·음악학자)로 꼽히는 라보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183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삶 속에서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1막 전반부. 시인 로돌포(테너 김동원)와 화가 마르첼로(바리톤 우주호)가 추위에 떨며 농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철학자 콜리네(베이스 함석헌)와 음악가 쇼나르(바리톤 김진추), 집주인 베누아(베이스 임승종)까지 가세했다. 정 감독의 주문은 세세하면서도 집요했다. 음악과 목소리가 어긋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멈추라는 손짓이 떨어졌다. 정 감독은 직접 노래를 부르고 표정연기까지 하면서 풍부한 표현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한 성악가를 향해) 너무 늦게 시작하고 있어요. 음을 지나치게 끌지 말아요. (오케스트라를 보며) 성악가들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맞추세요. 목소리가 잦아드는 부분에선 오케스트라도 즉시 소리를 줄여야죠. ‘와들바들’하지 말고 리듬을 딱딱 물어요.”
로돌포 역의 김동원 씨는 “로돌포는 가난하지만 긍정적이고 몽상적인 면을 지닌 인물이다. 다른 오페라에서 흔하지 않은 내면적인 연기가 필요하다. 로돌포에게 빙의해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로돌포의 연인 미미(소프라노 김영미, 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가 ‘내 이름은 미미’의 마지막 소절을 마치자 서울시향 단원들과 성악가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조화(造花)를 만드는 가난한 처녀가 시인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노래다. 김 씨는 “가난한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미미를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을 맞아 올리는 이 작품은 ‘쓰라린 기억’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다 로돌포가 원고지를 태우는 장면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 이번에는 실제 불을 붙이지 않고 벽난로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 씨는 “푸치니가 다채롭게 변주하는 음악적 테마를 잘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성악가들의 표현력과 발성이 무척 뛰어나 좋은 무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미 역에 김영미 홍주영, 로돌포 역에 김동원 강요셉, 무제타 역에 박은주 전지영, 마르첼로 역에 우주호 공병우(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입상자), 콜리네 역에 함석헌 이형욱, 쇼나르 역에 김진추 김주택(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공동4위 입상자) 씨가 출연한다. 4월 3∼6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02-586-5282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1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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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앞. 꿈꾸는 듯한 관악기와 부드럽게 흐르는 현악기의 선율이 새나왔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1막의 2중창 ‘오, 사랑스런 아가씨’.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서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부분은 아름답고 더 따스하게 연주해야 해요. 둥글고 부드러운 벨벳 사운드! 그러고 나선 지구의 중심처럼 뜨겁게 타올라야죠. 베이직부터 다른 사운드, 완전히 다른 레벨로 도약해야 합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 연습 현장이다. 성악가들과 서울시향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날, 오케스트라 뒤편에 도열한 성악가들의 표정에서 긴장이 엿보였다. “연습 템포로 조금 천천히 가겠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성악가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세요.” (정 감독)
푸치니의 대표작이자 ‘20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된 오페라’(모스코 카너·음악학자)로 꼽히는 라보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183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삶 속에서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1막 전반부. 시인 로돌포(테너 김동원)와 화가 마르첼로(바리톤 우주호)가 추위에 떨며 농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철학자 콜리네(베이스 함석헌)와 음악가 쇼나르(바리톤 김진추), 집주인 베누아(베이스 임승종)까지 가세했다. 정 감독의 주문은 세세하면서도 집요했다. 음악과 목소리가 어긋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멈추라는 손짓이 떨어졌다. 정 감독은 직접 노래를 부르고 표정연기까지 하면서 풍부한 표현을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한 성악가를 향해) 너무 늦게 시작하고 있어요. 음을 지나치게 끌지 말아요. (오케스트라를 보며) 성악가들 목소리에 즉각적으로 맞추세요. 목소리가 잦아드는 부분에선 오케스트라도 즉시 소리를 줄여야죠. ‘와들바들’하지 말고 리듬을 딱딱 물어요.”
로돌포 역의 김동원 씨는 “로돌포는 가난하지만 긍정적이고 몽상적인 면을 지닌 인물이다. 다른 오페라에서 흔하지 않은 내면적인 연기가 필요하다. 로돌포에게 빙의해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로돌포의 연인 미미(소프라노 김영미, 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위원)가 ‘내 이름은 미미’의 마지막 소절을 마치자 서울시향 단원들과 성악가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조화(造花)를 만드는 가난한 처녀가 시인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노래다. 김 씨는 “가난한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미미를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을 맞아 올리는 이 작품은 ‘쓰라린 기억’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다 로돌포가 원고지를 태우는 장면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 이번에는 실제 불을 붙이지 않고 벽난로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 씨는 “푸치니가 다채롭게 변주하는 음악적 테마를 잘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성악가들의 표현력과 발성이 무척 뛰어나 좋은 무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미 역에 김영미 홍주영, 로돌포 역에 김동원 강요셉, 무제타 역에 박은주 전지영, 마르첼로 역에 우주호 공병우(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입상자), 콜리네 역에 함석헌 이형욱, 쇼나르 역에 김진추 김주택(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공동4위 입상자) 씨가 출연한다. 4월 3∼6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02-586-5282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1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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