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능란하고 아찔하다 ...클라라, 딱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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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1-11-28 16:25
조회
253
클라라 주미 강 협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 내한공연, 11월 28일 예술의전당
11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Dresdner Kapelsolisten, 이하 DK)이 내한공연을 가졌다. 1548년 창단된 유구한 전통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다.1부의 두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이었다. 두 곡 모두 플루트가 솔리스트로 나온다. 특히 관현악 모음곡 2번은 마치 플루트 협주곡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라 플루티스트 베르나르트 쿠리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쿠리는 여유 있는 호흡을 쪼개고 쪼개 장식음을 만들어내면서 곡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7곡 바디네리에서는 듣는 이가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
지휘를 맡은 헬무트 브라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더블베이스 주자다. 맨손으로 춤곡의 리듬을 매만지다가 때로는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처럼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은 쿠리의 플루트와 아네테 웅거의 바이올린, 욥스트 슈나이더라트의 쳄발로가 한데 얽혀 때로는 대립으로, 때로는 협력하며 곡을 풀어나갔다. 기나긴 쳄발로 독주부가 인상적인 곡이기도 한데 슈나이더라트의 연주는 다소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2부에서는 비발디 ‘사계’가 연주됐다.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이번 연주회의 절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센다이 콩쿠르,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모조리 우승한 떠오르는 별이다. 2011년 한 해만 전 세계에서 60회 이상 연주를 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는 큰 키와 시원시원한 동작을 갖춘, 동양인으로서는 드문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이후 독주, 협연, 실내악 등 그의 다양한 연주를 볼 때마다 부쩍 성장하고 진화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곡을 노래하게 하고, 자신만의 음 빛깔을 띄울 줄 알고 있었다.
이날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는 강렬했다. 불 속을 뛰어드는 듯한 과감한 패시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성적인 우아함과 곡선미를 그 위에 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살짝 웃음 띤 표정으로 피아니시모를 정교하게 가다듬는가 하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격렬하고 빠른 패시지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이따금 새된 소리가 나더라도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다. 돌발상황을 연주의 생동감 속에 편입시키는 능력은 라이브 연주를 더욱 맛깔 나게 하는 재주다. 팬들은 이런 연주를 보기 위해 음악회에 가는 것이다.
클라라의 존재는 연주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DK의 연주자들은 그대로였지만, 더욱 적극적이고 긴장감이 팽팽해 다른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흑백 사진이 점차 컬러로 변하는 듯했다.비발디 ‘사계’의 정점은 겨울이다. 눈보라를 일으키며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을 바이올린이 완벽하게 재현한다. 클라라의 다채로운 ‘여름’을 들으며 멋진 ‘겨울’을 예감했다. ‘겨울’ 2악장의 피치카토 속에서 클라라의 독주는 감미로웠다. 이어진 ‘사계’ 전체의 마지막 악장. 무시무시할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며 긋는 그녀의 마지막 활에서 송진 가루가 쏟아졌다.
1987년 생. 스물넷 클라라의 비발디 ‘사계’ 연주를 보는 내내 나는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이나 바우어에서 더블악셀로 이행하는 능란함,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보는 아찔함…. 연주 때마다 발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바이올린 퀸의 탄생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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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방법.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주기법)의 하나로,활로 현을 켜는 아르코(Arco) 주법과 대조된다.
악보에는 ‘pizz.’로 적는다. 활로 연주할 것을 특히 지시하려고 할 때에는 아르코(arco·이탈리아어로 ‘활’이라는 뜻)라고 한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빈체로 제공, 사진작가 김윤배
중앙선데이 | 제247호 |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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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Dresdner Kapelsolisten, 이하 DK)이 내한공연을 가졌다. 1548년 창단된 유구한 전통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다.1부의 두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2번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이었다. 두 곡 모두 플루트가 솔리스트로 나온다. 특히 관현악 모음곡 2번은 마치 플루트 협주곡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라 플루티스트 베르나르트 쿠리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쿠리는 여유 있는 호흡을 쪼개고 쪼개 장식음을 만들어내면서 곡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7곡 바디네리에서는 듣는 이가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
지휘를 맡은 헬무트 브라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더블베이스 주자다. 맨손으로 춤곡의 리듬을 매만지다가 때로는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처럼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은 쿠리의 플루트와 아네테 웅거의 바이올린, 욥스트 슈나이더라트의 쳄발로가 한데 얽혀 때로는 대립으로, 때로는 협력하며 곡을 풀어나갔다. 기나긴 쳄발로 독주부가 인상적인 곡이기도 한데 슈나이더라트의 연주는 다소 무뚝뚝하고 표정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2부에서는 비발디 ‘사계’가 연주됐다.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이번 연주회의 절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센다이 콩쿠르,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모조리 우승한 떠오르는 별이다. 2011년 한 해만 전 세계에서 60회 이상 연주를 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는 큰 키와 시원시원한 동작을 갖춘, 동양인으로서는 드문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이후 독주, 협연, 실내악 등 그의 다양한 연주를 볼 때마다 부쩍 성장하고 진화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곡을 노래하게 하고, 자신만의 음 빛깔을 띄울 줄 알고 있었다.
이날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는 강렬했다. 불 속을 뛰어드는 듯한 과감한 패시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성적인 우아함과 곡선미를 그 위에 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살짝 웃음 띤 표정으로 피아니시모를 정교하게 가다듬는가 하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격렬하고 빠른 패시지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이따금 새된 소리가 나더라도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다. 돌발상황을 연주의 생동감 속에 편입시키는 능력은 라이브 연주를 더욱 맛깔 나게 하는 재주다. 팬들은 이런 연주를 보기 위해 음악회에 가는 것이다.
클라라의 존재는 연주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DK의 연주자들은 그대로였지만, 더욱 적극적이고 긴장감이 팽팽해 다른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흑백 사진이 점차 컬러로 변하는 듯했다.비발디 ‘사계’의 정점은 겨울이다. 눈보라를 일으키며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을 바이올린이 완벽하게 재현한다. 클라라의 다채로운 ‘여름’을 들으며 멋진 ‘겨울’을 예감했다. ‘겨울’ 2악장의 피치카토 속에서 클라라의 독주는 감미로웠다. 이어진 ‘사계’ 전체의 마지막 악장. 무시무시할 정도의 바람을 일으키며 긋는 그녀의 마지막 활에서 송진 가루가 쏟아졌다.
1987년 생. 스물넷 클라라의 비발디 ‘사계’ 연주를 보는 내내 나는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이나 바우어에서 더블악셀로 이행하는 능란함,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보는 아찔함…. 연주 때마다 발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바이올린 퀸의 탄생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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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방법.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주기법)의 하나로,활로 현을 켜는 아르코(Arco) 주법과 대조된다.
악보에는 ‘pizz.’로 적는다. 활로 연주할 것을 특히 지시하려고 할 때에는 아르코(arco·이탈리아어로 ‘활’이라는 뜻)라고 한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빈체로 제공, 사진작가 김윤배
중앙선데이 | 제247호 |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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