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나는 음악가다' 국제콩쿠르의 영광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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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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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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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인터넷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관한 소식들이 넘쳐난다. 재야의 무림 고수가 쌓아온 내공을 뽐내듯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시청자들은 뜨겁게 화답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의 인기몰이는 여러 의미를 갖는다.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오페라 스타>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디션을 통해 꿈을 이룰 기회를 주고 참가자들이 승리해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마음 한 구석 불편함이 커지는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일과 공부가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양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사회 풍조가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연예부문까지 휩쓰는 데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쟁 구도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무엇이 언제부터 이들을 경쟁하게 만들었을까?
고대 그리스도 콩쿠르에서 이상적 인재 선발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현장. 한 관객이 손열음의 연주가 끝나자 꽃을 건네고 있다. 콩쿠르가 경연인만큼 이런 풍경은 흔치 않다. 손열음 씨도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기쁘게 받아들었다고 전해졌다.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공식 홈페이지 손열음
지난 6월 30일 모스크바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무려 다섯 명의 한국 음악가가 입상한 것이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하이라이트인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25․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조성진(18․서울예고)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 쇼팽콩쿠르(폴란드)와 함께 세계 3대 음악콩쿠르로 꼽힌다. 1958년 창설돼 냉전시대 공산주의권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존재했다. 그간 심사위원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명성을 이어왔다.
콩쿠르는 신인을 발굴하고 음악적 관심을 부흥시킨다. 콩쿠르(concours)는 프랑스어지만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찾는다. '함께'를 뜻하는 '콘'과 '뛰다'는 뜻의 '쿠르세'가 결합된 말로 원래는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젊은이들이 튼튼한 체력과 섬세한 감성을 겸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청년이라면 소형 키타라인 리라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자들은 반드시 음악을 배웠고 키타라의 반주로 노래하는 기량을 겨루는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매력적인 '스펙'이 2000년 전에는 콩쿠르에서 결정된 셈이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대회세계연맹(WFIMC)은 현재 120여 콩쿠르를 국제대회로 인정한다. 대회 수준을 논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우수한 음악가를 많이 배출했거나 상금과 연주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해 권위를 인정받는 콩쿠르는 분명히 있다.
세계 3대 대회, 차이코프스키∙퀸엘리자베스∙쇼팽콩쿠르
앞서 언급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1958년 창설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년마다 한 번, 6월에 열린다.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경연인 만큼 피아노 부문은 그의 협주곡 1번, 바이올린은 협주곡 D장조, 첼로 부문은 로코코 변주곡을 결선 과제로 연주하는 전통이 있다.
냉전 시대 공산권의 문화적 자존심을 내건 경연이었으나 미국의 반 클라이번이 1회 수상자로 결정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소련의 몰락 이전까지 독보적 위상을 자랑했으나 자국 출전자 특혜 시비, 재정난 등으로 소음도 잦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기돈 크레머, 정명훈 등을 배출한 콩쿠르답게 여전히 무명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 주요 콩쿠르와 세부 사항
ⓒ 안세희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938년 이후 매년 한 개 부문씩 돌아가며 개최된다. 벨기에 왕실에서 주최·후원하며 벨기에 여왕이 결선에 직접 참관하는 전통이 있다. 퀸엘리자베스의 특징은 현대음악을 다룬다는 것이다. 결선 진출자들에게는 연주 일주일 전 새로운 과제곡이 주어진다. 과제곡은 작곡 부문 우승자가 콩쿠르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클래식 작품은 물론 현대음악도 빠르게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에밀 길렐스, 레온 플라이셔 등이 퀸엘리자베스에서 수상했으며 우리나라 음악가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배익환이 수상했다.
▲ 피아니스트 임동혁.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 씨와 함께 공동 3위를 수상했다.
ⓒ 크레디아 임동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만 있다. 폴란드의 자부심인 쇼팽이 피아노 음악에 가장 뛰어났던 만큼, 이 콩쿠르를 통해 쟁쟁한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배출됐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우치다 미쓰코, 크리스티안 침메르만, 당 타이손, 스타니슬라프 부닌, 윤디리, 임동민, 임동혁이 모두 여기 출신이다.
참가자들은 네 번의 본선을 거치며 녹턴·연습곡·발라드·왈츠 등 다양한 쇼팽의 작품으로 겨룬다. 결선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 쇼팽의 협주곡 두 곡 중 하나를 골라 연주한다.
국제인증을 받은 한국 대회는 윤이상음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세 개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국적의 균형적 안배, 안정적 재정 기반, 상업성으로부터 독립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국제인증은 매년 열리는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그간 아시아 무대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홀대받았던 만큼 이들 콩쿠르의 위상이 올랐다는 사실은 뜻 깊은 일이다. 일본의 센다이, 무사시노 오르간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도 모두 2000년대 들어 국제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중국은 2009년 닝보 성악 콩쿠르, 칭다오 바이올린 콩쿠르, 작년에 베이징 콩쿠르를 국제 대회에 등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건강한 경쟁의 장 마련돼야
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작년 10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음악을 두고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진대 그 과정 자체도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으니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쟁은 경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콩쿠르의 경쟁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번 콩쿠르 출전을 강행한 것은 그 만큼 무대가 부족하고, 그래도 콩쿠르가 활동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2003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1등 연주자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하나, 2등 연주자의 실력은 관객들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중국인인 2등 수상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으로 있었던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콩쿠르는 더 이상 단순한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권위가 붙을수록 정치가 개입하고 권력이 침투한다. 그나마 사정이 좋아진 지금이야 우리 연주자들 위상도 높아졌지만,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약소국의 설움을 느꼈던 연주자들이 많다. 이번 입상의 쾌거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공정 심사를 내걸고 재정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피아니스트 백혜선
ⓒ EMI 백혜선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올해는 딱 봐도 다르더라"며 "실력과 신뢰를 겸비한 심사위원단 덕택에 공정히 겨룰 수 있는 장이 되었고, 결과에 대한 잡음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4년 전 심사위원이었던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는 "역겨워서 다시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심사위원의 아들·손자·제자가 출전한 것도 모자라 서로 작당해서 그들에게 2·3등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콩쿠르는 오래 전부터 양날의 칼이었다. 신인들의 등용문이자 다른 연주자들과 겨루며 배울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어린 나이에 콩쿠르에 입상해 초심을 잃거나 자신의 음악을 연구하기보다 맹목적으로 콩쿠르의 기준에 맞춰 연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씨는 '점수와 경연에 집착하는 국내 분위기'가 걱정이다. 콩쿠르는 연주자의 정신력과 준비성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음악 자체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백씨는 "천재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도 콩쿠르에 나가면 스트레스를 받아 엉뚱한 결과를 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경연의 등수가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리즈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적이 있는 그녀는 "콩쿠르에서 입상하니 연주 기회가 3배나 늘고, 이듬해에는 서울대 교수직을 제의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높은 자리가 가장 낮은 자리더라"고 회고했다. 콩쿠르 입상은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다.
잇따른 우리 연주자들의 쾌거는 기뻐할 만하다. 그러나 콩쿠르가 입상자에게 독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와 음악계가 조력하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 건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내몰리듯 예술을 '훈련'하는 젊은이들이 없도록 돌봐야 할 것이다. 경쟁에만 급급하지 않고 진정한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세희 기자
오마이뉴스 2011년 8월 10일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오페라 스타>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오디션을 통해 꿈을 이룰 기회를 주고 참가자들이 승리해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마음 한 구석 불편함이 커지는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일과 공부가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양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사회 풍조가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연예부문까지 휩쓰는 데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쟁 구도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무엇이 언제부터 이들을 경쟁하게 만들었을까?
고대 그리스도 콩쿠르에서 이상적 인재 선발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현장. 한 관객이 손열음의 연주가 끝나자 꽃을 건네고 있다. 콩쿠르가 경연인만큼 이런 풍경은 흔치 않다. 손열음 씨도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기쁘게 받아들었다고 전해졌다.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공식 홈페이지 손열음
지난 6월 30일 모스크바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무려 다섯 명의 한국 음악가가 입상한 것이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하이라이트인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25․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조성진(18․서울예고)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 쇼팽콩쿠르(폴란드)와 함께 세계 3대 음악콩쿠르로 꼽힌다. 1958년 창설돼 냉전시대 공산주의권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존재했다. 그간 심사위원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명성을 이어왔다.
콩쿠르는 신인을 발굴하고 음악적 관심을 부흥시킨다. 콩쿠르(concours)는 프랑스어지만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찾는다. '함께'를 뜻하는 '콘'과 '뛰다'는 뜻의 '쿠르세'가 결합된 말로 원래는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젊은이들이 튼튼한 체력과 섬세한 감성을 겸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청년이라면 소형 키타라인 리라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자들은 반드시 음악을 배웠고 키타라의 반주로 노래하는 기량을 겨루는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매력적인 '스펙'이 2000년 전에는 콩쿠르에서 결정된 셈이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대회세계연맹(WFIMC)은 현재 120여 콩쿠르를 국제대회로 인정한다. 대회 수준을 논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우수한 음악가를 많이 배출했거나 상금과 연주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해 권위를 인정받는 콩쿠르는 분명히 있다.
세계 3대 대회, 차이코프스키∙퀸엘리자베스∙쇼팽콩쿠르
앞서 언급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1958년 창설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년마다 한 번, 6월에 열린다.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딴 경연인 만큼 피아노 부문은 그의 협주곡 1번, 바이올린은 협주곡 D장조, 첼로 부문은 로코코 변주곡을 결선 과제로 연주하는 전통이 있다.
냉전 시대 공산권의 문화적 자존심을 내건 경연이었으나 미국의 반 클라이번이 1회 수상자로 결정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소련의 몰락 이전까지 독보적 위상을 자랑했으나 자국 출전자 특혜 시비, 재정난 등으로 소음도 잦았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기돈 크레머, 정명훈 등을 배출한 콩쿠르답게 여전히 무명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 주요 콩쿠르와 세부 사항
ⓒ 안세희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938년 이후 매년 한 개 부문씩 돌아가며 개최된다. 벨기에 왕실에서 주최·후원하며 벨기에 여왕이 결선에 직접 참관하는 전통이 있다. 퀸엘리자베스의 특징은 현대음악을 다룬다는 것이다. 결선 진출자들에게는 연주 일주일 전 새로운 과제곡이 주어진다. 과제곡은 작곡 부문 우승자가 콩쿠르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클래식 작품은 물론 현대음악도 빠르게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에밀 길렐스, 레온 플라이셔 등이 퀸엘리자베스에서 수상했으며 우리나라 음악가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배익환이 수상했다.
▲ 피아니스트 임동혁.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 씨와 함께 공동 3위를 수상했다.
ⓒ 크레디아 임동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만 있다. 폴란드의 자부심인 쇼팽이 피아노 음악에 가장 뛰어났던 만큼, 이 콩쿠르를 통해 쟁쟁한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배출됐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우치다 미쓰코, 크리스티안 침메르만, 당 타이손, 스타니슬라프 부닌, 윤디리, 임동민, 임동혁이 모두 여기 출신이다.
참가자들은 네 번의 본선을 거치며 녹턴·연습곡·발라드·왈츠 등 다양한 쇼팽의 작품으로 겨룬다. 결선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 쇼팽의 협주곡 두 곡 중 하나를 골라 연주한다.
국제인증을 받은 한국 대회는 윤이상음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세 개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국적의 균형적 안배, 안정적 재정 기반, 상업성으로부터 독립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국제인증은 매년 열리는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그간 아시아 무대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홀대받았던 만큼 이들 콩쿠르의 위상이 올랐다는 사실은 뜻 깊은 일이다. 일본의 센다이, 무사시노 오르간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도 모두 2000년대 들어 국제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중국은 2009년 닝보 성악 콩쿠르, 칭다오 바이올린 콩쿠르, 작년에 베이징 콩쿠르를 국제 대회에 등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건강한 경쟁의 장 마련돼야
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작년 10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음악을 두고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진대 그 과정 자체도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으니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쟁은 경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콩쿠르의 경쟁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번 콩쿠르 출전을 강행한 것은 그 만큼 무대가 부족하고, 그래도 콩쿠르가 활동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2003년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1등 연주자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하나, 2등 연주자의 실력은 관객들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중국인인 2등 수상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으로 있었던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콩쿠르는 더 이상 단순한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권위가 붙을수록 정치가 개입하고 권력이 침투한다. 그나마 사정이 좋아진 지금이야 우리 연주자들 위상도 높아졌지만, 이삼십 년 전만 해도 약소국의 설움을 느꼈던 연주자들이 많다. 이번 입상의 쾌거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공정 심사를 내걸고 재정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 피아니스트 백혜선
ⓒ EMI 백혜선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올해는 딱 봐도 다르더라"며 "실력과 신뢰를 겸비한 심사위원단 덕택에 공정히 겨룰 수 있는 장이 되었고, 결과에 대한 잡음도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4년 전 심사위원이었던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는 "역겨워서 다시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심사위원의 아들·손자·제자가 출전한 것도 모자라 서로 작당해서 그들에게 2·3등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콩쿠르는 오래 전부터 양날의 칼이었다. 신인들의 등용문이자 다른 연주자들과 겨루며 배울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어린 나이에 콩쿠르에 입상해 초심을 잃거나 자신의 음악을 연구하기보다 맹목적으로 콩쿠르의 기준에 맞춰 연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씨는 '점수와 경연에 집착하는 국내 분위기'가 걱정이다. 콩쿠르는 연주자의 정신력과 준비성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음악 자체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백씨는 "천재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도 콩쿠르에 나가면 스트레스를 받아 엉뚱한 결과를 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경연의 등수가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리즈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적이 있는 그녀는 "콩쿠르에서 입상하니 연주 기회가 3배나 늘고, 이듬해에는 서울대 교수직을 제의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높은 자리가 가장 낮은 자리더라"고 회고했다. 콩쿠르 입상은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다.
잇따른 우리 연주자들의 쾌거는 기뻐할 만하다. 그러나 콩쿠르가 입상자에게 독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와 음악계가 조력하는 일이 더욱 절실해졌다. 건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내몰리듯 예술을 '훈련'하는 젊은이들이 없도록 돌봐야 할 것이다. 경쟁에만 급급하지 않고 진정한 예술을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세희 기자
오마이뉴스 2011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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