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파바로티 연상시키는 외모… ‘그대의 찬 손’으로 꿈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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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0-11-28 15:1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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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 루마니아 포프 씨 우승

“준결때 목상태 안좋아 위기 피아니스트 도움으로 넘겨 국제콩쿠르 우승은 처음”
2~6위 모두 한국이 휩쓸어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4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에서 루마니아의 스테판 마리안 포프 씨(23·테너·게오르게 디마 음악원 재학)가 우승했다. 포프 씨는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으며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리사이틀 무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CD 또는 DVD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도 받았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22개국 191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예비심사와 1, 2차 예선, 22일 준결선을 거쳐 결선에서는 3개국 8명이 겨뤘다. 2∼6위는 모두 한국인으로, 2위는 한국의 이응광(29·바리톤·독일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졸업), 3위는 한지혜(27·소프라노·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재학), 4위는 이명현(22·테너·서울대 재학), 5위는 윤희섭(34·베이스·독일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졸업), 6위는 이승원 씨(27·베이스·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재학)가 차지했다.

포프 씨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결선 경쟁자들과 사진을 찍다가 막상 우승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생큐(Thank you)! 감사합니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서울!”을 외치며 환하게 웃었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지닌 그는 앙코르 무대에서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 씨가 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 솔레미오’를 불렀다. 심사위원들은 포프 씨가 우승의 기쁨이 가득 담긴 노래를 부르자 미소를 지었고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포프 씨는 결선에서 마지막 순서로 나서 발데리 씨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오페라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을 불렀다. 두 곡 모두 리리코(서정적) 테너인 그의 따뜻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아리아다. 특히 ‘그대의 찬 손’은 포프 씨가 가장 자신 있게 불러온 애창곡. 그가 노래를 마치자 객석에서는 우승을 예측한 듯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준결선 때 건조한 공기 때문에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만족스러운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며 “그때 반주를 해주던 피아니스트가 잘 맞춰준 덕분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프 씨는 2008년 루마니아 마르티안 니그레아 성악콩쿠르, 2009년 루마니아 사빈 드라고이 성악콩쿠르 등 자국의 대회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했지만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은 처음이다. 그는 “세계 수준의 콩쿠르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했는데 테너 참가자들이 많은 데다 수준이 높아 우승까지 할 줄 몰랐다”며 “꼭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위를 한 이응광 씨는 2007년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6위를 했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일꾼’을 부르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그는 “차라리 이름이 안 불려도 좋으니 제발 6위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오랜만에 콩쿠르에 나온 데다 배탈 때문에 고생도 했는데 2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3위 한지혜 씨는 “많이 부족한 내가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영광”이라며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 참가만으로도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위원석이 있는 2층을 제외한 1층 객석에는 빈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들도 많았다. 관객들은 결선 진출자들의 경연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우승자를 맞힌 관객에게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들의 사인 CD 등을 증정하는 경품행사도 열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참가자들 수준 매우 높아 행복한 심사” ▼
한국 가곡, 필수 과제곡 포함
세계에 코리아 문화-성악 알려

■ 심사위원들 총평

“참가자 전반의 수준이 굉장히 높았고 특히 주최 측의 매끄러운 진행은 국제적인 콩쿠르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심사는 7개국 10명의 위원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현역 성악가나 세계적인 극장의 캐스팅 디렉터, 후학을 기르는 교수로 국제 성악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시상식을 위해 무대에 나섰을 때 참가자들 못지않은 환호를 받은 심사위원장 레나토 브루손 씨는 “2006년 서울 공연 때 젊은 관객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번에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젊은 한국 성악가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 오페라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의 소프라노이자 현재 오스트리아 빈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에디트 마티스 씨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고 심사위원 간의 호흡이 잘 맞아 심사 과정이 즐거웠다”며 “수상자들에게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을, 떨어진 이들에게는 세계적인 성악가들 중에는 우승 경험이 전혀 없는 이도 많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중에는 외국인 참가자들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규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멀리 외국에서 온 참가자들의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연광철 서울대 음대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가곡을 과제곡으로 반드시 선택하도록 해 한국 문화와 한국 성악의 수준을 알릴 수 있었다”며 “이 점이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홍보를 더 많이 해 외국인 참가자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아일보 2010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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