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연습용 바이올린으로 ‘생애 첫 우승’을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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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5:02
조회
415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 클라라 주미 강 우승
‘낙소스’ 음반녹음 기회 얻어…“악기에 뽀뽀해줄 거예요”
러 바라노프-美 키페 2, 3위…결선 이틀간 1층 객석 꽉차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26일 폐막한 ‘LG와 함께하는 제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에서 클라라 주미 강 씨(22·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가 우승했다. 강 씨는 5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으며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리사이틀 무대를 가질 기회도 얻었다. 또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낙소스’에서 음반을 녹음해 세계 65개국에서 발매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공동주최한 이 콩쿠르는 올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산하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의 공식 회원이 됐다.

15일 개막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11개국 33명이 참가했으며 12일간 열띤 경연이 벌어졌다. 25, 26일 6명이 결선을 거쳐 최종 순위가 가려졌다. 결선에서 2위는 러시아의 안드레이 바라노프(23·스위스 로잔 컨서버토리 재학), 3위는 미국의 에린 키페(29·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졸업), 4위는 장유진(19·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5위는 신아라(26·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6위는 일본의 스기무라 가나 씨(28·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재학)가 차지했다.

수상 결과가 나오자 강 씨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생애 처음으로 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 예전부터 늘 생각해 왔듯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로 살고 싶다”면서 “콩쿠르라기보다는 연주회 무대에 선다는 마음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덜 긴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12명이 겨룬 준결선 때부터 상위권에 들며 두각을 나타냈다. 26일 마지막 순서로 결선 무대에 선 그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박은성)와 협연했다. 결선 참가자들이 선택한 과제곡 중 가장 긴 곡이었다. 깊은 소리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보잉(활 쓰기), 여유로운 무대 매너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예선·결선 무대를 지켜본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 씨는 “강 씨는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남다른 소리를 냈다”면서 “1년 전쯤 그의 협연 무대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특히 강 씨가 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바이올린은 11세 때부터 쓴 연습용이어서 이채를 띠었다. 통상 국제콩쿠르에 출전할 때는 ‘비싼’ 악기를 빌리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 티보르 바르가 국제바이올린 콩쿠르(2007년)에서 3위를 했을 때도 이 악기였어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가장 좋은 소리를 내줄 것이라 믿었죠. 콘서트홀은 규모가 커서 소리가 잘 날지 걱정도 했었는데…. 이따가 악기에 뽀뽀해줄 거예요.(웃음)”

강 씨는 베이스 강병운 서울대 교수와 소프라노 한민희 씨의 막내로 독일에서 태어났다. 7세 때 독일의 일간지 ‘디 차이트’가 특집 기사로 다룰 만큼 ‘바이올린 신동’으로 유명했다. 그는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 독일 쾰른 국립음악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를 거쳤으며 언니 유미 씨는 피아노, 오빠 주호 씨는 첼로 연주자다.

2위를 한 바라노프 씨는 “무대에 나가기 전에 조금 긴장했는데 막상 연주를 시작하고는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콩쿠르 기간에 감기로 고생한 3위 키페 씨는 “아프지 않았다면 더 잘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내 연주와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장유진 씨는 “콩쿠르 기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진다”면서 “끝나서 행복하다”며 웃었다.

결선 이틀간 심사위원석이 있는 2층을 제외한 1층 객석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출신인 아비람 라이케르트(피아노 1위·1996년), 백주영 서울대 교수(바이올린 공동 1위·1997년)를 비롯해 음악평론가, 클래식 애호가들이 결선 무대를 찾았다. 바이올린을 메고 공연장을 찾은 음악 전공 학생도 많았다. 이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주한 참가자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아낌없이 보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일보 2009. 4. 2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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