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백건우 "피아니스트 김선욱, 김태형, 김준희와 한 무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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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4:4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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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올라가면 갈수록 힘든게 음악"

"피아노 연주는 등산과 같아요. 올라가면 갈수록 보이는 세계가 넓어져요. 보이는 게 많으니 다 정복하기 힘들고 갈 길은 더 멀어지기만 합니다. 소리 세계는 정말 무한해요."

지난해 7일 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씨(62) 시선은 지금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에게 향해 있다.

30여 년 전 뉴욕 줄리어드음대에서 메시앙 아내 이본느 마리오가 연주하는 피아노 명곡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듣고 메시앙 음악세계에 빠져들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메시앙은 침묵과 시간 등 신(神)의 관점에서 본 거대한 세계를 음악에 담았다.

14일 만난 백씨는 "메시앙은 성서와 음악 언어로 온 세상을 껴안았다"며 "자기 세계가 뚜렷하면서도 역사의 모든 흐름을 다 소화한 화가 피카소 같다. 신의 관점에서 본 세계를 음악에 담았으니 메시앙의 종교적 깊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메시앙에 반해 1996년 명동성당에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연주한 백씨가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다시 한 번 이 곡을 연주한다. 30일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젊은 시절 신을 등지고 있다가 10여 년 전 가톨릭 신자가 된 그는 "연주란 끊없는 모험과 여행인데 갈수록 신에게 다가서려는 나를 발견한다"며 "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에는 성모마리아상, 아기예수가 자는 모습, 우렁찬 종소리 사랑, 별 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노 곡이지만 교향곡처럼 웅장한 이 곡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어렵지만 얻는 것이 많을 거라고 강조하는 백씨는 우연히 파리 성당에서 만난 메시앙에 대한 기억을 들려줬다.

"메시앙은 항상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고 있었어요. 할아버지 옷에 꽃이 잔뜩 있어 이상했어요. 그런데 동틀 무렵 성당에서 그가 아내와 함께 새소리를 악보에 적고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요즘 백씨의 따뜻한 눈빛은 후배 연주자들에게도 향해 있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 김선욱(20) 김태형(23) 김준희(18)와 한 무대에 서기로 한 것. 내년 5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외국에서 지켜보니까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더군요. 역사적 흐름을 보면 그런 시기가 있죠. 이들을 세상에 노출시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존경하는 후배 연주자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하자 "일단 음악에 충실하라"며 "자기한테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용기와 열정을 갖고 자기 음악세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매일경제 2008. 11. 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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