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공연리뷰 "초심자를 매혹한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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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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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화재단 '사랑의 묘약' 공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테너 강요셉이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박수 시간이 유례 없이 길어져 "같은 아리아를 다시 한 번 부르라는 앙코르 요청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2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막이 오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부천시가 주최하고 부천문화재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필코러스, 부천시립예술단이 함께 제작한 오페라로 임헌정씨가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부천시가 무대에 올린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공연 완성도가 워낙 높아, 올해 공연은 부천 시민뿐만 아니라 애호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우선 관객의 호응 면에서 첫 공연은 충분한 점수를 받았다. 온종일 내린 가을비 때문이었는지 1층에는 빈 좌석도 좀 있었지만 이날 시민회관을 찾은 관객들은 웃음과 감동이 수시로 교차하는 도니체티 오페라 음악과 극을 한껏 즐기는 분위기였다.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어 지난해에 무대 아래 옹색하게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해야 했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올해는 아예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오페라 콘체르탄테에서처럼 오케스트라를 완전히 노출하면 무대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수들의 연기가 이뤄지는 무대를 한층 더 높이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은 무대 앞쪽에는 깔끔하게 담장을 둘러놓았다. 그리고 가수들이 때로는 오케스트라 앞쪽으로 내려와 관객의 코앞에서 연기를 펼칠 수도 있게 했다.

최희준이 지휘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유려하고 역동적인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보통은 오케스트라 피트에 묻혀있는 지휘자의 치밀하고 열정적인 지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관객에게는 즐거운 체험이었다. 부천필코러스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로 인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 주역 가수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여주인공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김행재는 도니체티의 벨칸토 오페라에 적합한 미성을 지녔음에도 그 거리로 인해 초반에는 음량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지막 고난도의 아리아 '넌 이제 자유야'를 불러낼 때까지 맑고도 정감 있는 음색으로 성숙한 아디나를 연기했다.

네모리노 역의 강요셉은 지난해 알마비바 백작 역에 이어 이번에도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익살스런 연기를 펼쳐 인기를 얻었다. 배역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능력 덕분에 강요셉의 가창은 언제나 전혀 힘들이지 않고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2007서울국제콩쿠르 성악부문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은 바리톤 공병우(벨코레 역)와 이미 둘카마라 역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인정받아온 베이스바리톤 최웅조 역시 탄탄한 가창력과 나무랄 데 없는 연기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모두 이 공연을 위한 오디션으로 뽑힌 가수들이다.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화사한 무대는 형태의 단순화 또는 왜곡으로 희극적인 분위기를 전달했다. 등장인물들의 만화처럼 과장된 헤어스타일과 밝은 색 의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랑의 묘약'은 시대적 배경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어서 현대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방식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연출가 이경재는 굳이 도발을 택하지는 않았다. 작품의 새로운 해석보다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의 희극 오페라 연출이 대체로 그러했듯 이번 연출 역시 소소한 아이디어들로 관객에게 행복한 웃음을 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네모리노를 언제나처럼 '좀 모자란' 인물로 묘사하는 대신 보다 간절하고 진지한 인물로 창조했더라면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사랑의 묘약'은 원래 철저한 희극이 아니라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용숙 객원기자 rosina@chol.com

연합뉴스 2008. 10. 2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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