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ANO] 새로운 스타탄생의 예고

작성자
admin_concours2
작성일
2008-11-28 14:20
조회
106


지난 4월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열렸다. 실력있는 피아니스트들이 세계 무대에 등단하는 소중한 무대가 되었던 이번 콩쿠르는 콩쿠르 참가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서울을 찾아 열띤 경연을 벌였다. 음악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다.
총 26개국 145명의 신청자 중 단 6명에게만 기회를 허락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결선 무대. 10년 만의 부활을 알리며 비로소 세계적인 음악콩쿠르를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니까 '2008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걸출한 스타탄생의 에피소드나 굵직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4월 26일부터 27일 이틀간의 결선 무대에서 보인 될성 부른 나무의 조짐은 음악인은 물론 클래식 음악에서 보다 다양하고 중점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듬직하게 채워주는 또 하나의 산실이 될 것임을 증명했다. 이날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박은성)가 맡았다.
다른 무엇보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선 진출자들의 기량에 있었다. 더욱이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닌 자신들의 개성을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드러낸 그들의 연주에서는 이제 더 이상 서양음악의 강국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전 세계 모든 나라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서양음악의 미래를 이 무대야말로 거리낌 없이 넒고 다채롭게 포용하기에 적격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이는 준결선은 물론 결선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작품선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된 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1위를 차지한 마리야 킴(Mariya KIM, 우크라이나)은 단단하고 완벽한 연주로 한치의 흔들림 없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를 압도할 만한 다이나믹함이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 균형감있는 연주가 돋보였다.
2위의 알렉세이 고를라치(Alexej GORLACH, 우크라이나)의 연주는 원숙했으며 깔끔하게 정된 것이었다. 88년생, 어린나이 답지 않게 소리에 대한 풍부한 감각이 두드러졌으며 차분하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음악을 깊이 있는 해석으로 표현해 내는 데에도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3위에 입상한 김태형(KIM Tae Hyung, 한국)은 폐기 있고 가득한 생명력으로 무대를 이끌었으며 짜임새 있게 곡을 진행해 가는 기량을 선보였다.
공동 4위는 임효선(LIM Hyo Sun, 한국)과 에릭 주버(Eric ZUBER, 미국)가 차지했다. 임효선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의 아름답고 따뜻한 피아니즘을 잘 살려낸 연주로 주목을 끌었다. 6위의 마리아나 프레발스카이아(Mariana PRJEVALSKAIA, 스페인)의 쇼팽 연주는 섬세하고 편안한 연주였으나 좀더 자기 색깔이 있는 연주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또 하나 긍정적인 점 가운데 하나는 젊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호응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객석을 찾아 진지하게 연주를 듣고 호감 가는 연주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 어느새 많은 팬(?)을 확보한 듯한 에릭 주버는 결선에서 준수한 외모에 걸 맞는 당당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역시 관객의 시선을 잡았다.

글_문태경(음악칼럼니스트) / 사진제공_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월간 THE PIANO. 2008. 6월호 (Page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