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소신있는 목소리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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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8-11-28 13:50
조회
193
10년 만에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으로 치러진 세 번째 콩쿠르는 재정비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심사 절차가 까다로웠다. 결선에 진출한 여섯 명의 성악가들은 파트도 연령도 제각각이었는데, 우승은 바리톤 공병우에게 돌아갔다. 곡의 성격을 바꿔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인 참가자보다는 장기를 나열하며 소신 있게 목소리를 이어간 참가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1996년 시작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이 한 해씩 돌아가며 열릴 계획이었으나, 1997년 IMF로 두 차례 열린 뒤 중단됐다. 그러곤 지난해 꼭 10년 만에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LG와 대한항공이 협찬하며 예당아트가 후원하는 행사로 부활했으며, 명칭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변경됐다.
성악 부문으로 치러진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30개국 139명이 신청해 그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신청자 가운데 1/3 이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10년이라는 공백과 함께 신생 콩쿠르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DVD 예비 심사로 15개국 49명을 선정하고, 1, 2차 예선을 통해 14명이 준결승에 올랐으며, 이들 중 여섯 명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지난해 12월 6,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6일은 예술가곡 심사로, 참가자들은 예선 참가곡들로 30분가량의 리사이틀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튿날은 서울시향(지휘 최승한)의 반주에 아리아를 불렀다. 예닐곱 곡의 예술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틀 동안 선보이는 콩쿠르 방식은 이색적인 것으로, 새로 단장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심사위원으로는 강병운(위원장)과 정복주, 김영미, 셰릴 스튜더, 지그프리트 예루살렘, 크리스티나 셰펄만 등이 참여했다.
양일간의 접전
1회 우승자 아비람 라이케르트(이스라엘), 2회 공동우승자인 리비우 프루나우(루마니아), 백주영에 이어 3회 우승은 바리톤 공병우에게 돌아갔다. 리사이틀에서부터 뚜렷하게 눈에 띄어 관객들 상당수가 그의 우승을 점치는 모습이었다.
결선에는 바리톤 김주택, 이응광, 소프라노 대니엘 탈라만테스, 테너 황병남, 바리톤 공병우,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가 차례로 무대를 가졌다. 이들의 모습을 짧게 살펴보자. 우선 4명의 바리톤을 비교해본다. 1986년생인 김주택은 결선 참가자들 가운데 최연소로, 첫 무대의 긴장 때문인지 아지자기하게 나름의 다양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객석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이응광은 노래하며 몸을 많이 사용한 편인데,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 중 'Nemico della patria'를 부를 때 목소리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는 듯했다. 악단과의 호흡이 세밀하게 일치하지 않은 점 또한 아쉽다. 공병우는 무대 매너와 프로그램에 개성이 살아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쾌활한 곡과 진지한 곡을 섞어가며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어필하는 데에 주력한 반면, 공병우는 도나우디 'O del mio amato ben', 베르디 'Non t'accostare All'urna', 리스트 'Im Rhein, im Schönen Strome' 등 목소리를 부각 시키는 곡들을 골라 내적인 표현에 의지했다. 과장되거나 불필요한 몸놀림 또한 없었으며, 딕션 또한 명료한 편이었다. 베르디 '가면 무도회' 중
'Azalti!... Eri tu macchiavi quelle' anima' 부를 때 역시 곡이 시작됨과 동시에 배역에 몰입했으며, 곡의 특성상 몸 움직임도 절제할 수 있었다. 결선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멕시코 출신 바리톤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앞세웠다. 하지만 장기를 살려 노래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Largo al factotum'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가 매끄럽지 않아, 전날 리사이틀에서 안겨줬던 높은 기대치가 조금 낮아졌다.
또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한 소프라노인 미국인 대니엘 탈라만테스는 리사이틀 내내 자신에 찬 모습으로 노래와 연기를 병행했다.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 중 'Quel guardo il cavaliere... So anch'io'를 부른 무대에서도 화사한 매너는 이어졌으나 이따금 노래가 반주에 묻히는 일이 있었다. 테너 황병남은 시종 톤컬러와 성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 힘썼다. 리사이틀에서는 1인 3역을 소화해야 하는 슈베르트의 '마왕'이 많은 에너지를 요했기 때문일까. 이 곡이 끝난 뒤 이어진 작품들에서 그는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라디오와 케이블 TV채널을 통해 방송됐다(동아닷컴, 케이블TV채널 예당아트, tbs중계). 올해 열리는 제4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이며, 4월 15일~2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해를 거듭하며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의 우수한 인재의 등용문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글_김정은 기자 / 사진_동아일보사
월간 객석 auditorium. 2008. 1월호
REPORT(Page 90~91)
지난 1996년 시작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부문이 한 해씩 돌아가며 열릴 계획이었으나, 1997년 IMF로 두 차례 열린 뒤 중단됐다. 그러곤 지난해 꼭 10년 만에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최하고 LG와 대한항공이 협찬하며 예당아트가 후원하는 행사로 부활했으며, 명칭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로 변경됐다.
성악 부문으로 치러진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30개국 139명이 신청해 그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신청자 가운데 1/3 이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10년이라는 공백과 함께 신생 콩쿠르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DVD 예비 심사로 15개국 49명을 선정하고, 1, 2차 예선을 통해 14명이 준결승에 올랐으며, 이들 중 여섯 명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지난해 12월 6,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6일은 예술가곡 심사로, 참가자들은 예선 참가곡들로 30분가량의 리사이틀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튿날은 서울시향(지휘 최승한)의 반주에 아리아를 불렀다. 예닐곱 곡의 예술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틀 동안 선보이는 콩쿠르 방식은 이색적인 것으로, 새로 단장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심사위원으로는 강병운(위원장)과 정복주, 김영미, 셰릴 스튜더, 지그프리트 예루살렘, 크리스티나 셰펄만 등이 참여했다.
양일간의 접전
1회 우승자 아비람 라이케르트(이스라엘), 2회 공동우승자인 리비우 프루나우(루마니아), 백주영에 이어 3회 우승은 바리톤 공병우에게 돌아갔다. 리사이틀에서부터 뚜렷하게 눈에 띄어 관객들 상당수가 그의 우승을 점치는 모습이었다.
결선에는 바리톤 김주택, 이응광, 소프라노 대니엘 탈라만테스, 테너 황병남, 바리톤 공병우,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가 차례로 무대를 가졌다. 이들의 모습을 짧게 살펴보자. 우선 4명의 바리톤을 비교해본다. 1986년생인 김주택은 결선 참가자들 가운데 최연소로, 첫 무대의 긴장 때문인지 아지자기하게 나름의 다양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객석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이응광은 노래하며 몸을 많이 사용한 편인데,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 중 'Nemico della patria'를 부를 때 목소리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는 듯했다. 악단과의 호흡이 세밀하게 일치하지 않은 점 또한 아쉽다. 공병우는 무대 매너와 프로그램에 개성이 살아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쾌활한 곡과 진지한 곡을 섞어가며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어필하는 데에 주력한 반면, 공병우는 도나우디 'O del mio amato ben', 베르디 'Non t'accostare All'urna', 리스트 'Im Rhein, im Schönen Strome' 등 목소리를 부각 시키는 곡들을 골라 내적인 표현에 의지했다. 과장되거나 불필요한 몸놀림 또한 없었으며, 딕션 또한 명료한 편이었다. 베르디 '가면 무도회' 중
'Azalti!... Eri tu macchiavi quelle' anima' 부를 때 역시 곡이 시작됨과 동시에 배역에 몰입했으며, 곡의 특성상 몸 움직임도 절제할 수 있었다. 결선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멕시코 출신 바리톤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앞세웠다. 하지만 장기를 살려 노래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Largo al factotum'에서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가 매끄럽지 않아, 전날 리사이틀에서 안겨줬던 높은 기대치가 조금 낮아졌다.
또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한 소프라노인 미국인 대니엘 탈라만테스는 리사이틀 내내 자신에 찬 모습으로 노래와 연기를 병행했다.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 중 'Quel guardo il cavaliere... So anch'io'를 부른 무대에서도 화사한 매너는 이어졌으나 이따금 노래가 반주에 묻히는 일이 있었다. 테너 황병남은 시종 톤컬러와 성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 힘썼다. 리사이틀에서는 1인 3역을 소화해야 하는 슈베르트의 '마왕'이 많은 에너지를 요했기 때문일까. 이 곡이 끝난 뒤 이어진 작품들에서 그는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라디오와 케이블 TV채널을 통해 방송됐다(동아닷컴, 케이블TV채널 예당아트, tbs중계). 올해 열리는 제4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이며, 4월 15일~2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해를 거듭하며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의 우수한 인재의 등용문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글_김정은 기자 / 사진_동아일보사
월간 객석 auditorium. 2008. 1월호
REPORT(Page 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