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세계적 인정 받아… 큰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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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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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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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오른 6인에게 갈채를
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시상식에 자리한 수상자들. 왼쪽부터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 공병우, 황병남, 대니엘 탈라만테스, 이응광, 김주택 씨. 김경제 기자


■ 우승 차지한 공병우 씨 인터뷰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7일 오후 6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청중 1500명의 환호 속에 폐막했다. 1996년(피아노), 1997년(바이올린) 1, 2회 대회가 열렸던 ‘동아국제음악콩쿠르’가 10년 만에 이름을 바꿔 부활한 이번 콩쿠르에는 14개국 39명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뛰어난 기량의 남성 바리톤들이 주목받았으며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해외파 한국 성악가가 대거 참가해 세계 성악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실감나게 했다.

강병운 심사위원장은 심사소감 발표에서 “세계적인 성악콩쿠르라고 해도 대부분 오페라 아리아와 예술가곡 2, 3곡만 부르면 입상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국제콩쿠르는 결선에서 예술가곡 8곡을 부르는 독창회와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심사한 매우 어려운 콩쿠르였다”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성악콩쿠르를 성사시킨 주최 측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2위를 차지한 테너 황병남 씨는 “결선에서 유일한 테너 가수로 상을 받아 기쁘다. 내년에 졸업 후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오디션을 보며 본격적인 오페라 무대 데뷔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3위 멕시코의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 씨는 “뜻밖의 수상에 무척 기쁘다. 상금은 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할 때 빌렸던 학자금을 갚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케이블 위성채널 ‘예당 아트’는 카메라 6대를 동원해 현장을 녹화했다. ‘예당 아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1, 2차 녹화중계와 대회 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25일경 방영할 계획이다. 다음은 1등을 차지한 바리톤 공병우(33) 씨와의 인터뷰.

“국내에서 치러진 첫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해 정말 기쁩니다. 세계적인 심사위원들에게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제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7일 폐막한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공 씨는 프랑스와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바리톤 가수다. 그는 7세 때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시작했으며 대광중고교 시절에도 합창반으로 활동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1999년 프랑스 국립오페라센터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그는 2000년 프랑스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대상, 2001년 파리 국제성악콩쿠르 2위, 2002년 마르망드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한 경력을 다져 왔다.

그는 결선이 치러진 6일 ‘가곡의 밤’에서는 2위보다 총점에서 20점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가수답게 우아하고 울림 깊은 목소리로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하면 무조건 여성스럽고, 섬세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마치 예쁜 장미가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프랑스의 성악에는 아름다움 속에 예리함과 강렬함을 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어진 7일 결선에서도 서울시향의 반주에 맞춰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아리아 ‘너였는가’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레나토가 절친한 친구였던 국왕이 자신의 아내와 바람이 난 것을 알고 극도의 배신감에 휩싸여 살인을 결심하고 부르는 노래”라며 “그의 순수함과 광기를 동시에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공 씨는 2000년부터 프랑스 몽펠리에 오페라극장의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해 8년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돈 조반니’ 등 35개의 오페라 작품에 출연해 왔다. 그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가장 잘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늘 CD만 들을 수 없을 것”이라며 “노래를 부를 때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나만의 개성을 어떻게 표현해낼지가 나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전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고, 먼 장래에는 인생의 연륜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이아고 역을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에 쉴 새 없이 서 왔고, 이번 대회 직전에도 프랑스 몽펠리에 극장에서 오페라 ‘신데렐라’를 공연하기도 했다. 그는 “연주 때문에 바쁜 내가 제대로 챙겨 주지도 못했는데 혼자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면서 예쁜 딸까지 낳아 준 아내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대회운영-참가자들 모두 훌륭 공병우 테크닉 완벽에 가까워”▼

■ 심사위원들 총평



“시종일관 모든 것이 정확하고 진지했던 대회였습니다. 재능 있는 학생이 많아 전반적인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수상자를 정하기가 힘들었죠. 특히 한국 학생들이 너무 잘합니다. 유럽 학생들은 분발해야 겠습니다.”(러시아 심사위원 유제니아 안벨트 씨)

7일 폐막한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참가자와 대회 운영에 대해 9명의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심사위원 셰릴 스튜더(미국) 씨는 “내가 알기론 대회 기간을 통틀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잔 베르비에(프랑스) 씨는 “운영이 매끄럽고 참가자들이나 심사위원이나 모두 훌륭했다”고 평했다.

특히 극장장을 맡고 있는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미국 워싱턴 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인 크리스티나 셰펠만(독일) 씨는 “참가자 중 두세 명과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독일 에어푸르트 시립극장장 기 몽타봉(스위스) 씨도 “내년에 우리 극장 무대에 세우고 싶은 가수 1명을 점찍어 뒀다”고 말했다.

1위를 차지한 바리톤 공병우 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보기 드물게 완벽한 가수”라고 입을 모았다. 스튜더 씨는 “그는 아주 좋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목소리가 좋은 가수는 많다”며 “그가 특별한 이유는 음악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몽타봉 씨는 “공병우 씨를 본 지 8년이 됐는데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정복주(한국) 씨는 “소리도 좋고 테크닉도 좋고 성실함까지 다 갖춘 성악가”라고 말했다.

2위인 테너 황병남 씨에 대해 심사위원 셰폘만 씨는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고, 그만큼 가능성이 더 많다는 얘기”라고 평했고 몽타봉 씨는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칭찬했다. 3위 바리톤 헤라르도 가르시아카노(멕시코) 씨는 “소리가 유연하며 특히 연기가 자연스럽고 표현력이 좋다”(강병운 심사위원장)는 평을 받았다.

공동 4위에 오른 김주택 씨는 2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크게 될 재목’이라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공동 4위 수상자인 대니엘 탈라만테스(미국) 씨는 “감정 처리가 고상하며 우아하고 깨끗한 소리를 낸다”(김영미)는 칭찬을 받았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작은 리사이틀’ 가곡 결선 흥미진진▼

■ 2차 예선-결선 참관기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부활해 성악 부문에서 열띤 경쟁을 펼친 제3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2차 예선과 결선을 관람했다. 시간 관계상 놓친 1차 예선과 준결선이 아쉬웠는데, 어엿한 젊은 예술가들의 경연이면서도 구경거리로도 흥미진진했다.

몇 가지 특징이 보였다. 우선 한국 성악가들의 실력이 놀라웠다. 해외 성악 콩쿠르의 한국인 참가자 수가 전체의 3분의 1이 넘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그게 한국인의 좋은 목청 덕분이란 것을 서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다수는 해외 유학파였지만 대체로 한국에서 대학을 마쳤음을 감안하면 국내 교수들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바리톤의 강세도 돋보였다. 결선 진출자 6명 중 4명이 바리톤이었다. 이는 현재 세계적 현상이기도 한데, 특히 한국 바리톤들의 실력이 압도적이었고 결선 진출에 실패한 참가자 중에도 가능성 있는 중저음 가수가 많았다.

글로벌시대라지만 공부한 지역의 특징이 잘 드러난 것도 흥미로웠다. 역시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공부한 참가자들이 가장 익숙한 노래 스타일이었고, 프랑스파는 우아하고 절제된 발성과 유려한 음색이 두드러졌다. 미국파는 유럽에 비해 화사한 톤이 묻어났고 남성보다 여성 참가자들이 좋았다.

앞으로의 과제도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의 권위와 심사과정의 공정성이 콩쿠르의 생명이지만 너무 조심스럽게 진행하다 보면 관객에 대한 배려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만의 독특한 방식, 예컨대 참가자별로 한 번에 여러 곡을 다 부를 것이 아니라 갈라 콘서트 식으로 진행한다든지, 관객이 참여하는 인기상이나 포토제닉상 등 흥밋거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작은 리사이틀로 꾸며진 가곡 결선에 비해 겨우 아리아 한 곡씩만 부른 오페라 결선에 대해서는 누구나 아쉬워했다.

기악콩쿠르와 달리 성악콩쿠르에서 상위 입상을 하는 것이 오페라 극장에서의 성공과 별개라는 속설을 조정하는 장치도 필요할 것 같다. 성악가와 교수 중심의 심사위원단을 넘어 관객의 눈과 귀를 반영할 공연 관계자도 여럿 참여시키면 어떨까? 콩쿠르의 권위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고려해 봄직한 과제들이다.

 유형종 뮤직바움 대표·음악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2007. 12. 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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