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새로운 재미와 감동 '백건우·김태형·김준희·김선욱 콘서트'
작성자
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5:05
조회
397
◇박승기의 공연 리뷰
10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말 귀한 연주회가 열렸다. 폭 넓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63)가 후학 3명의 피아니스트와 협연한 것이다. 김태형(24), 김선욱(21), 김준희(19) 이들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외국 유수 콩쿠르 입상을 통해 인기와 입지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는 토종 보석들이다.
이렇게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모였다는 사실 하나로만 귀한 콘서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열린 ‘네 대의 피아노 연주회’는 생소했지만 신선한 연주회였다.
혼자서 오케스트라를 커버할 수 있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상 두 대의 피아노 연주회는 가끔 볼 수 있지만, 세 대 이상 피아노들만의 협연은 정말 드물다.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의 재미있는 무대일 수밖에 없다.
개성이 강한 피아니스트 네 명이 모인 협연무대였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의 다채로운 소리와 일치된 호흡 그리고 아름다운 앙상블 등으로 단순한 음악공연 이상 선후배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당연히 레퍼토리가 드문 편성이라 처음부터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곡과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된 곡을 적절히 혼합, 청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음악의 재미와 깊이 그리고 신선함이 조화된 배려 깊은 선곡이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리하르트 바그너 카를 부르차드(편곡)의 ‘탄호이저’서곡은 원래 두 대의 피아노와 네 명의 연주자를 위한 편곡이었으나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연주됐다. 청중들에게 익숙한 곡을 통하여 생소한 편성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집중도를 높였다.
한 대의 피아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네 대의 피아노가 음을 쌓아가는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는 편곡의 재미를 들려주었다. 선배인 백건우가 주로 장식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김선욱이 낭랑하게 들려주는 주 선율은 완급조절이 절묘했다.
다리우스 미요 작곡의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리 모음곡’ Op. 284는 김태형의 굳건한 타건감이 돋보였다. 파리 시내의 다양한 인상을 그리고 있는 곡인만큼 강렬하고 영롱하며 때로는 활기찬 다양한 표현들이 4대의 피아노를 통해 다채롭게 쏟아졌다. 다만, 마지막 곡 ‘에펠탑’에서 호흡의 불일치로 인한 화음의 혼탁함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리스트의 스승으로 알려진 카를 체르니가 작곡한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탄테’ Op. 230는 이날 청중을 가장 즐겁게 만든 곡이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선율 등 익숙한 선율이 등장하는 론도 특유의 형식적 화려함 속에서 콘체르탄테의 명인기적 화려함이 경쾌한 리듬 속에서 잘 살아 났기 때문이다. 독주 파트를 주로 연주한 김준희의 재기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타건은 합주파트와의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피아노 음악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작곡의 ‘교향적 무곡’ Op.45는 후배를 이끌어 주는 백건우의 모습이 아름다운 연주였다. 제1 피아노를 백건우가 계속 맡아 연주를 하는 가운데 1, 2, 3악장을 김선욱, 김태형, 김준희가 각각 돌아가면서 제2 피아노를 연주하였다. 선배와 후배들의 협연을 통한 소리 만들기는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리듬과 선율이 잘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라흐마니노프의 마지막 유작답게 음악의 깊이와 다채로운 음악적 요소가 결코 만만한 곡은 아니다.
모리스 라벨·자크 드리용(편곡)의 ‘볼레로’(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가 연주회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가장 인기 있는 명곡의 배치였지만 사실 네 대의 피아노에 의한 ‘볼레로’ 연주는 연주효과 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단순함 속에서 커다란 크리센도를 구축해가는 ‘볼레로’는 악기의 음색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피아노 음을 통해 오케스트라 음이 상상은 되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다만 4명의 조화로운 연주는 무척 훌륭했다.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 등 2곡의 앙코르곡을 통해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정의 무대는 막이 내렸다. 모든 청중들이 기립하여 환호할 정도로 흥분하고 즐거웠다.
네 명의 피아니스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마치 사랑방에서 오순도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음악적 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음악적 저변을 확대하는 기획력이 돋보인 연주회였다.
박승기 음악칼럼니스트 bach@paran.com
뉴시스 2009. 5. 11(월)
뉴시스에서 보기
10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정말 귀한 연주회가 열렸다. 폭 넓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63)가 후학 3명의 피아니스트와 협연한 것이다. 김태형(24), 김선욱(21), 김준희(19) 이들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외국 유수 콩쿠르 입상을 통해 인기와 입지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는 토종 보석들이다.
이렇게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모였다는 사실 하나로만 귀한 콘서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열린 ‘네 대의 피아노 연주회’는 생소했지만 신선한 연주회였다.
혼자서 오케스트라를 커버할 수 있는 피아노라는 악기의 특성상 두 대의 피아노 연주회는 가끔 볼 수 있지만, 세 대 이상 피아노들만의 협연은 정말 드물다.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의 재미있는 무대일 수밖에 없다.
개성이 강한 피아니스트 네 명이 모인 협연무대였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의 다채로운 소리와 일치된 호흡 그리고 아름다운 앙상블 등으로 단순한 음악공연 이상 선후배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당연히 레퍼토리가 드문 편성이라 처음부터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곡과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된 곡을 적절히 혼합, 청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음악의 재미와 깊이 그리고 신선함이 조화된 배려 깊은 선곡이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리하르트 바그너 카를 부르차드(편곡)의 ‘탄호이저’서곡은 원래 두 대의 피아노와 네 명의 연주자를 위한 편곡이었으나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연주됐다. 청중들에게 익숙한 곡을 통하여 생소한 편성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집중도를 높였다.
한 대의 피아노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네 대의 피아노가 음을 쌓아가는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는 편곡의 재미를 들려주었다. 선배인 백건우가 주로 장식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김선욱이 낭랑하게 들려주는 주 선율은 완급조절이 절묘했다.
다리우스 미요 작곡의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리 모음곡’ Op. 284는 김태형의 굳건한 타건감이 돋보였다. 파리 시내의 다양한 인상을 그리고 있는 곡인만큼 강렬하고 영롱하며 때로는 활기찬 다양한 표현들이 4대의 피아노를 통해 다채롭게 쏟아졌다. 다만, 마지막 곡 ‘에펠탑’에서 호흡의 불일치로 인한 화음의 혼탁함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리스트의 스승으로 알려진 카를 체르니가 작곡한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콘체르탄테’ Op. 230는 이날 청중을 가장 즐겁게 만든 곡이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선율 등 익숙한 선율이 등장하는 론도 특유의 형식적 화려함 속에서 콘체르탄테의 명인기적 화려함이 경쾌한 리듬 속에서 잘 살아 났기 때문이다. 독주 파트를 주로 연주한 김준희의 재기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타건은 합주파트와의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피아노 음악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작곡의 ‘교향적 무곡’ Op.45는 후배를 이끌어 주는 백건우의 모습이 아름다운 연주였다. 제1 피아노를 백건우가 계속 맡아 연주를 하는 가운데 1, 2, 3악장을 김선욱, 김태형, 김준희가 각각 돌아가면서 제2 피아노를 연주하였다. 선배와 후배들의 협연을 통한 소리 만들기는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그러나 군데군데 리듬과 선율이 잘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라흐마니노프의 마지막 유작답게 음악의 깊이와 다채로운 음악적 요소가 결코 만만한 곡은 아니다.
모리스 라벨·자크 드리용(편곡)의 ‘볼레로’(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가 연주회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가장 인기 있는 명곡의 배치였지만 사실 네 대의 피아노에 의한 ‘볼레로’ 연주는 연주효과 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단순함 속에서 커다란 크리센도를 구축해가는 ‘볼레로’는 악기의 음색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피아노 음을 통해 오케스트라 음이 상상은 되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다만 4명의 조화로운 연주는 무척 훌륭했다.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 등 2곡의 앙코르곡을 통해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정의 무대는 막이 내렸다. 모든 청중들이 기립하여 환호할 정도로 흥분하고 즐거웠다.
네 명의 피아니스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마치 사랑방에서 오순도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음악적 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음악적 저변을 확대하는 기획력이 돋보인 연주회였다.
박승기 음악칼럼니스트 bach@paran.com
뉴시스 2009. 5. 11(월)
뉴시스에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