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뷰 :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작성자
admin_concours2
작성일
2013-11-28 16:59
조회
102
불안한 연주 불구 현악파트 음색 희망적

요엘 레비 정식취임 후 말러 지휘 기대 높여



내년 1월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는 요엘 레비가 27일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선장 없이 표류해 온 어수선한 상태를 반영하듯 곳곳에서 취약점을 노출한 불안한 연주였지만 긍정적인 가능성도 엿보인 절반의 성공이었다. KBS교향악단이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 673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재단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1년 간 공석이던 상임지휘자로 지명돼 내년 1월부터 악단을 이끌게 된 요엘 레비가 지휘를 맡아 그의 리더십을 테스트하는 모의고사 성격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선장을 만난 단원들은 긴장을 풀어 보려는 듯 공연 직전까지도 요란한 연습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레비는 움직임이 큰 지휘자였다. 음 하나하나를 지시하는 듯 연주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지휘했다.

 

1부에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게오르기 그로모프(피아노),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양성원(첼로)이 협연자로 나선 '삼중협주곡'을 연주했다. 관객은 실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함께 갖춘 솔리스트들이 참여한 삼중협주곡에 환호를 보냈다.

 

메인 프로그램인 2부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기능적으로는 큰 무리 없는 연주였지만 객석의 감동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뇌와 절망을 표현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가 함께 담긴 곡의 역동성을 살려내지 못했고 지휘자의 적극적인 곡 해석보다는 소리의 정돈에 급급한 듯한 연주였다. 하지만 1, 2부를 통틀어 현악 파트의 음색이 이전 연주회에 비해 한층 두터워진 점은 악단의 향후 행보에 기대를 품게 했다. 일부에서는 현악 파트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실력으로 평가 받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견주어도 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레비가 내년 정식 취임 후 자신이 정통한 말러나 시벨리우스의 곡을 지휘한다면 어떤 연주 양상을 띠게 될지 궁금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KBS교향악단이 하루빨리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의 옛 명성을 되찾기를 염원하는 관객의 우렁찬 격려와 성원의 박수에 악단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차르다시'와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를 앙코르곡으로 객석에 선사하며 긴장감 가득했던 무대를 마무리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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