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ng & Bow] 바이올린 부문 우승한, 클라라 주미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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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5:10
조회
79
무궁무진한 음색으로, 베토벤의 낭만을 노래한
클라라 주미 강 우승




지난 4월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결선에서 낭만적인 해석과 아름다운 음색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클라라 주미 강이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러시안 스타일의 완벽한 테크닉과 감수성으로 브람스를 노래한 러시아의 안드레이 바라노프가 2위를,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의 에린 키페가 바르톡을 연주하여 3위를 차지했다. 한편,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차이콥스키를 연주했던 장유진의 4위 입상도 주목할 만하다.

교향악을 방불케 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지만, 박은성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도입부는 유독 장중했으며 그 스케일이 컸다. 음으로 가득한 대해(大海)가 연상될 정도로 그 위세는 대단한 것이었다. 청자의 입장에서야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서라운드 음향의 바다에 흥분되겠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것도 콩쿠르 결선에 임한 참가자의 입장이라면 이날 오케스트라의 모습은 베토벤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거대한 여울이 몰려오는 듯한 위압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선 마지막 주자였던 클라라 주미 강(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은 장내의 이런 흥분과 긴장과는 아랑곳없이 너무나도 여유롭고 차분한 모습으로 첫 주제에 접어들었다. 이내 콩쿠르라는 팽팽한 긴장은 간곳 없었고, 오직 그녀가 만들어내는 빨려들 듯한 음색의 오묘함 속에 빠져 들고야 말았다. 베토벤 음악의 규모를 압도하는 풍성한 음향과 베토벤을 한순간 낭만주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서정성과 깊이, 그리고 절묘한 프레이징과 템포의 유연성 등, 콩쿠르라는 명목의 연주회였지만 한편의 대 로망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연주에 청중은 가장 압도적인 박수 세례를 보냈다.
지난 4월 26일, 제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한 클라라 주미 강의 결선 연주 모습을 스케치한 것이다. 결국 순의를 매겨야 하는 콩쿠르라지만, 음악을 대하는 연주자들의 진정성은 경쟁의 순간마저도 잊게 만들었다. 예술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제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지난 4월 15일부터 23일까지 1, 2차예선 및 준결선의 치열한 경연을 펼친 결과, 6명의 결선 진출자들이 정해졌고, 지난 4월 25일과 26일 결선을 치렀다. 4월 25일에는 수기무라 가나의 시벨리우스 콘체르토, 한국의 신아라와 장유진이 브람스와 차이콥스키의 콘체르토를 각각 연주했다. 청중은 서로 다른 레퍼토리로 각양각색의 색깔을 지닌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접한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빠른 패시지에서 다소 긴장한 듯했지만 차분한 억양으로 시벨리우스의 정서를 잘 살려낸 수기무라 가나(6위), 대담하리만치 열정적인 브람스를 선보인 신아라(5위), 특히, 장유진(4위)은 이미 이반 피셔와 협연 무대를 가져서인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층 여유롭고 성숙한 차이콥스키를 선보였다.
시상식까지 겸했던 4월 26일 공연에서는 통영국제음악콩쿠르 입상 및 내한공연으로 우리와 친숙한 바이올리니스트 에린 키페(3위)의 바르톡 바이올린 콘체르토 2번의 협연으로 시작했다. 난해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예의 능숙한 테크닉으로 작품의 정곡을 잘 살려낸 연주를 선보였다. 러시아 출신의 연주자답게 거침없는 테크닉과 열정이 내재된, 그러면서도 기성연주자 못지않은 프로페셔널한 운영으로 곡을 지배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가히 1위를 차지했던 주미 강과 함께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연주력으로 청중의 찬사를 받았다.
심사위원장 김영욱을 비롯하여 김남윤, 강동석과 같은 한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비롯해, 프랑스의 피에르 아무아얄, 미국의 제임스 버스웰, 영국의 로드니 프렌드, 러시아의 에두아르트 그라치, 독일의 울프 휘셔, 대만의 후나이위안, 폴란드의 콘스탄티 쿨카, 일본의 시미즈 다카시와 같은 쟁쟁한 심사위원들만 보아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위상을 짐작케 했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연주자들의 '잠재적 가능성과 예술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평을 했다. 2위의 바라노프와 경합을 했던 주미 강의 과감한 낭만적 해석과 오묘한 음색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개성적인 것이어서 그의 1위 수상은 이번 콩쿠르가 지향하는 한 단면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한국인으로 독일에서 거주하다가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유학(?)온 특별한 케이스의 주미 강이기에 앞으로 그의 연주를 종종 접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녀에게서 비롯되는 부분 기대감, 그것이 이 콩쿠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글. 이웅규 기자 / 사진 제공.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월간 String & Bow. 2009. 6월호
Page 106~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