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2010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탄탄한 기본기만이 승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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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0-11-28 15:1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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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THE COMTETITION

2010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탄탄한 기본기만이 승리의 힘



지난 2007년 오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고 새롭게 출발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참가자들의 강도 높은 경쟁력으로 짧은 시간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그 예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제주국제관악콩쿠르의 뒤를 이어 지난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했다는 점과 해가 갈수록 지원자들과 그 출신국가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16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2010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열렸다. 2007년에 이어 성악 부문으로 두 번째 치러진 이번 대회에 22개국 191명이 신청, 작년 대비 세 배에 가까운 수의 응시자들이 몰렸다. 이 중 DVD 예비심사를 거친 19개국 56명이 이번 대회의 참가자로 최종 선정됐으며, 1•2차 예선을 거쳐 16명의 준결선 진출자가 결정됐다.
대회의 마지막 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결선에서 총 8명의 성악가, 소프라노 한지혜•황수미(한국), 하스믹 토로시안(아르메니아), 테너 이명현(한국), 스테판 마리안 포프(루마니아), 바리콘 이응광(한국), 베이스 윤희섭•이승원(한국)이 올랐다. 결선은 코리안 심포니(지휘 마르코 발데리)의 반주에 아리아를 부르는 것으로 진행됐는데, 결선 주자들은 참가 신청 당시 제출했던 예닐곱 곡의 레퍼토리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 한 곡과 심사위원회에서 지정한 한 곡, 총 두 곡을 불렀다. 심사위원장인 레나토 브루손을 필두로 고성현•연광철•이규도•에디트 마티스•피오렌차 코소토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참가자들에게 결선 이틀 전 지정 곡목을 알려주었는데, 이는 결선 진출자들의 기본기가 제대로 잡혀 있는지,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 연기력과 음악성을 얼마만큼 완성 시킬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함이었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는 2008•2009년에 세계적인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하거나 현재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아 어느 해보다도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농염한 연기와 잘 다듬어진 목소리로 무대를 꾸밀 줄 아는 ‘노련한’ 참가자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 콩쿠르 무대에 첫 걸음을 뗀 어린 성악가들에게 강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전의 경력에 상관없이 탄탄한 기본기로 음악과 연기의 균형을 이룰 줄 아는 참가자에게 결국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바로 스테판 마리안 포프가 그 주인공이다.

우승을 결정짓는 ‘작은 차이’
우승을 차지한 테너 스테판 마리안 포프는 자유곡으로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지정곡으로는 푸치니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을 불렀다. 심사위원단의 지정곡에서 어려움을 겪던 몇몇 참가자들과 달리 포프는 오히려 자신의 캐릭터에 꼭 맞는 작품을 만나 기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세련된 음색과 단단한 성량은 연습으로는 얻을 수 없는, ‘타고난 것’이었다. 악단과 긴밀하게 호흡하면서도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정도를 넘는 법이 없었다.
2위는 바리톤 이응광이 차지했다. 2007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해 6위에 입상한 바 있는데, 3년 만에 재출전해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과거 소리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으나 한결 화사해진 무대 매너와 개성 있는 연기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일꾼’을 소화해 주목받았다. 3위에는 소프라노 한지혜가 이름을 올렸다. 푸치니 ‘나비부인’ 중 ‘어떤 갠 날’를 부를 때 꼼꼼한 곡 해석력과 안정적인 고음 처리가 돋보였으나 딕션이 다소 명료하지 못했고 선율을 평범하게만 이끌었다.
4위의 주인공이자 최연소 결선 진출자였던 테너 이명현(1988)은 나이에 비해 꽤 성숙한 음색을 선보였는데, 유난히 작은 체격으로 인해 제 기량을 최대한으로 뽑아내지 못했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머지않아 나에게 안식할 자리를’과 구노 ‘파우스트’ 중 ‘안녕! 순결하고 순수하여라’ 등 긴 호흡으로 선율을 이끌어야 하는 작품들 속에 힘들게 몰입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다채로운 표정 변화와 화사한 무대 매너로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는 반면, 5위에 오른 베이스 윤희섭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노래하며 감정을 숨기는 편이었다. 나름의 표현력으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으나 자신감이 부족했는지 그것이 객석에 전달된 만큼 호소력을 갖지는 못했다. 또한 목소리의 울림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베르디 ‘에르나니’ 중 ‘나는 불행한 사나이’에서 종종 노래가 반주에 묻혀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여러면에서 가진 장기를 다 발휘하지 못해 아쉬운 참가자였다. 6위는 베이스 이승원이 차지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좋은 편이었고 무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가는 맛도 있었지만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가 갖는 경쾌함이 잘 표현되지 않았던 점이 감점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2011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으로, 2011년 4월 1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서류 심사와 DVD 예비심사로 참가자들을 선별하고, 이를 통과한 응시자들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1•2차 예선과 준결선, 결선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글_한주연 기자/ 사진_서울국제음악콩쿠르

월간 객석 auditorium. 2010년 6월호
Interview (Page 7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