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Piano Korea] 차세대 비르투오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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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11-11-28 16:1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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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지난 4월 1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1996년에 동아국제음악콩쿠르라는 명칭으로 출범해 두 차례 개최된 후 10년 간의 공백을 거친 끝에 2007년부터 새로운 이름으로 재도약을 시작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그간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콩쿠르로서 내적으로 한국 음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는 세계 음악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려왔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3개 부문을 대상으로 매년 1개 부문씩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피아노 부문으로서는 올해로 3회 째이다. 그동안 이 콩쿠르를 통해 배출된 입상자 아비람 라이케르트(Pf, 서울대 교수), 리비우 프루나루(Vn,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악장), 백주영(Vn, 서울대 교수), 공병우(Bar, 한국), 마리야 킴(Pf, 우크라이나), 클라라 주미 강(Vn, 한국/독일), 스테판 마리안 포프(Ten, 루마니아), 등은 현재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5개국에서 온 140명의 참가자들이 DVD를 통한 예비심사를 거쳐 1차 예선 무대에는 19개국의 57명(국내 15, 해외 42명)이 오르게 되었으며,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 독일 ARD국제콩쿠르, 아일랜드 더블린국제피아노콩쿠르, 미국 클리블랜드국제피아노콩쿠르, 일본 하마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 등 주요 국제콩쿠르의 상위 입상자들이 다수 참여하여 어느 때보다 열띤 경연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의 공식 피아노로 선정된 스타인웨이&선스와 야마하 중 하나를 선정해 연주했다.

올해 피아노 부문의 심사위원으로는 한동일(심사위원장, 일본 엘리자베스 음대 초빙교수), 김대진(한예종 음악원 교수), 나카무라 히로코(일본), 바오후이차오(중국), 아리에 바르디(이스라엘), 자크 루비에(프랑스), 제롬 로웬탈(미국), 파벨 길릴로프(독일), 패니 워터먼(영국), 호아킨 소리아노(스페인)가 초청되어 위상을 더했으며, 준결선 과제로 작곡가 이신우(서울대 교수)의 <알렐루야>와 이영조(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 원장)의 <피아노 혼자놀이>를 지정곡으로 선정해 한국 작곡가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1차 예선은 4월 12~14일, 2차 예선은 4월 16~18일, 준결선은 4월 20~21일, 결선을 4월 23~24일에 열렸으며, 1위는 게오르기 그로모프(러시아), 2위는 숀 천(미국), 정한빈(한국), 4위는 김현정(한국), 5위는 크리스토퍼 구즈먼(미국), 6위는 천윈제에게 돌아갔다.

결과 발표 직후 열린 시상식에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 동아일보사 김재호 사장, LG 아트센터 윤여순 대표가 시상자로 참여했고, 입상자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1위 50,000달러, 2위 25,000달러, 4위 10,000달러, 5위 7,000달러, 6위 5,000달러)과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 레코딩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졌다. 더불어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산하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의 공식 회원으로 소속되어있기 때문에 1, 2위에 입상한 한국인 남자 참가자는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어, 이번 대회 중 정한빈이 수혜자가 되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차 예선부터 결선까지 동아닷컴을 통해 실황중계 되었고, 예술TV 아르떼에서 결선 연주가 생방송으로 방영되어 많은 음악인들과 애호가들은 참가자들의 여정을 지켜보며 미래 거장의 탄생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제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바이올린 부문으로 2012년 4월 18일부터 4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게오르기 그로모프(1위, 러시아)

러시아 그네신 음악대학,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콘서바토리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베를린예술대에 재학중인 게오르기 그로모프는 2008년 이탈리아 슈만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2008년 노르웨이 그리그국제피아노콩쿠르 대상 및 4개부문 특별상, 2009년 이탈리아 마리아 골리아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준결선에서 직접 편곡한 슈베르트의 <Im Frühling>, <Liebesbotschaft>, <Rastlose Liebe> 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그는, 결선에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 1번>를 연주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슈베르트의 내면적이고 내성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의 작품을 편곡해 피아노의 잠재력을 모두 활용해 연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러시아 사람으로서 러시아 작곡가인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생각해 결선 곡으로는 그의 곡을 골랐고요. 작년에 9개의 콩쿠르에 참가해서 6번의 입상을 했습니다. 그 이후 피아노 뚜껑을 닫은 채로 1년을 보내다 어느날 피아노 건반을 눌렀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제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를, 그리고 피아노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콩쿠르가 끝났으니 곧 계획했던대로 8번에 걸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와 아내와의 듀오 무대를 가질 예정이며, 6월에 있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도 참가할 생각입니다."

 

정한빈(공동 2위, 한국)

예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예종에 재학중인 정한빈은 2008년 독일 에틀링겐국제피아노콩쿠르 5위 및 하이든상, 2009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 2011년 이탈리아 부조니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에 진출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결선 무대에서 리스트의 <협주곡 2번>을 통해 치장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진솔한 연주를 선보이는 것에 주력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하며 힘들었던 적은 여러 번 있었죠. 음악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하거든요. 하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겠죠?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며 제 선생님인 김대진 선생님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세상 그 어디에도 선생님 같은 분은 안 계실거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는 남은 학교 생활에 더욱 충실할 것이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앞으로의 길도 차차 열리겠죠?"

 

숀 천(공동 2위, 미국)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한 숀 천은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 재학중이며, 2008년 줄리어드 협주곡 콩쿠르 우승, 2009년 클리블랜드국제피아노콩쿠르 미국작곡가 작품 최고 연주상, 2010년 줄리어드 음악원 주최 지나 바카우어 국제콩쿠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에요. 라운드가 길어질수록 점점 힘들었죠.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연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콩쿠르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만나고, 연주하고, 연주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 때 공부와 연주를 병행하다 줄리어드 음악원 시험 합격을 계기로 음악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피아노와 함께 성장하면서 의욕을 잃거나 좌절에 빠지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직면한 적도 많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연습을 더 많이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연주, 혹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극복할 수 있었다고.

"이제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연주회를 가질 생각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또 다른 콩쿠르에 참여하고,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서 연주 경력을 더 쌓고 싶고요."

 

김현정(4위, 한국)

"여자이다 보니 남자들에 비해 큰 곡을 연주할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왼쪽 어깨에 부상이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병원에 가서 치료 받고, 주사 맞고, 약을 먹으며 연습하러 갔죠. 1, 2차 예선 때는 욕심이 있었는데, 준결선 때부터는 피로가 누적돼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좋은 무대와 훌륭하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주했습니다. 준결선 무대에서 마지막 곡 리스트 <b단조 소나타>를 칠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예원,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예종에 재학중인 그녀는 2009년 일본 하마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 5위, 2010년 그리스 로도스국제피아노콩쿠르 3위, 2010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강충모 선생님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거의 10년 정도를 배웠는데, 매번 레슨을 갈 때 마다 얻어오는 것이 많아요. 가끔 부모님보다 더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시는 선생님을 정말로 존경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콩쿠르 후에는 크누아홀에서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에요. 6월 말에는 폴란드에서 독주회가 있고요. 지금 4학년 졸업반인데, 강충모 선생님이 줄리어드로 가시면 저도 그 곳으로 진학해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구즈먼(5위, 미국)

크리스토퍼 구즈먼은 2005년 미국 크리스티 국제콩쿠르 대상 및 솔로부문 입상, 2008년 경남국제음악콩쿠르 5위, 2010년 미국 월터 M. 나움부르크 재단상, 가작 및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줄리어드음악원,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를 거쳐 텍사스대에 재학중이다.

"결선에서 연주한 브람스 <d단조 협주곡>은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풍성한 소리를 가지고 있는, 교향곡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아름다운 곡이고, 상당히 길긴 하지만 전 이 곡을 연주하는 걸 좋아해요."

구즈먼은 한 때 피아노를 그만두고 로스쿨에 가기로 결심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주와 티칭을 함께 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매우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음악가의 삶은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는 그는 곧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고, 이후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자리를 잡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천윈제(6위, 중국)

결선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 천윈제는 미국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클리블랜드 음악원에 재학중이다. 2009년 프랑스 마르게리트 롱 국제피아노콩쿠르 4위 및 모차르트, 쇼팽 작품 틀별상, 2010년 미국 지나 바카우어 국제음악콩쿠르 4위를 수상한 그는 2010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미 한국에 방문한 적 있는 참가자.

"중국에는 대부분 자녀가 한 명이고 저 역시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충분한 지원과 가족이 주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바탕으로 힘들 때마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공부를 해왔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음악을 제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고 싶어요. 향후 몇 개의 콩쿠르에 더 참여하고, 전문연주자로서 자리를 잡는 것이 제 꿈입니다."

 

글. 신찬

 

월간 International Piano Korea 2011년 6월호

SKETCH(Page 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