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춘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피아니스트 정한빈,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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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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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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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여섯 명의 입상자 중 국내 입상자인 정한빈과 김현정을 5월 둘째 주에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보았다.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더 앳되고 봄과 같이 싱그러운 젊음이 느껴졌다. 1990년생인 정한빈과 1991년생인 김현정은 중학교 동창사이인 어머니들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똑같이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콩쿠르가 끝나고 지난 2주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정한빈 : 콩쿠르 기간 동안 시간에 쫓겨 산 느낌이 들어서 사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콩쿠르가 끝난 후 일주일 정도는 맘껏 쉬었고, 지난 주부터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정 : 저도 푹 쉬고, 서점에서 소설가 김진명 선생님의 책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콩쿠르 때문에 미뤄놨던 학교 과제도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콩쿠르 때보다는 훨씬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한빈 : 사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특별한 계기가 있어 도전한 것은 아니었어요.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음악콩쿠르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있는데, 그 중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저희 학교 바로 옆에서 열린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입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김현정 : 저희 외할머니께서 제가 음악 공부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서포트 해 주고 계세요. 그래서 외할머니께서 제 연주 보는 걸 좋아하시는데, 그 동안은 제가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서 응원하러 못 오신게 아쉬우셨나 봐요. 그런데 어느 날 외할머니께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개최 광고를 보셨는지 저더러 꼭 나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외할머니 말씀에 콩쿠르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콩쿠르를 통해 어떤 점을 배웠나요?

정한빈 : 사실 한 가지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것인데, 이번에 짧은 기간동안 여러 가지 캐릭터를 지닌 레퍼토리를 갖게 된 것이 저에게는 발전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연주자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도 느꼈어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인데 대회에서 많은 레퍼토리를 연달아 연주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콩쿠르 기간 동안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체력을 조절해야만 했습니다.

김현정 : 저는 특히 3차부터는 여자가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키 크고 덩치도 좋은 남자 연주자들 속에서 혼자 위축되기도 해서 '나 말고 딱 한 명이라도 더 여자가 있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저는 이번에 레퍼토리를 무리하게 정한 편이었습니다. 힘을 써야 하는 곡이 많아 무리하다 보니 통증을 이길 수 없어서 주사를 맞고, 약도 먹으면서 버텼어요. 외국 콩쿠르는 연습하는 환경이 정해져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어디에서든지 연습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인 압박을 주었고, 걱정이 되다 보니 계속 연습을 하게 되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결심했고, 더 다양한 레퍼토리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외국 참가자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고, 함께 식사하며 구경도 다니던데, 저는 이것도 연습해야 하고, 끝나면 다른 걸 연습해야겠다는 생각만 해서 다른 참가자들과 교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앞으로 다른 콩쿠르에 나가면 입상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과 교류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정한빈 :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과제곡들 중에는 이미 다뤄봤기 때문에 자신있는 곡도 있었지만 새로운 곡도 많았습니다. 저는 8월에 있을 이탈리아 부조니국제피아노콩쿠르의 결선을 앞두고 있는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그 콩쿠르의 레퍼토리가 겹치지도 않았습니다. 현정이는 빠른 시간 동안 협주곡을 잘 준비했더라고요.

김현정 :  사실 저는 준결선에서 연주해야 할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이영조 교수님의「피아노 혼자놀이」로 정했었는데, 한빈 오빠가 "너도「알렐루야」를 했다면 같이 준비할 수 있을 텐데 다른 곡이라 아쉽다"는 말을 해서 바로 곡을 이신우 교수님의「알렐루야」로 바꿨어요(웃음). 그래서 학교에서 같이 연습하면서 서로 어려운 부분을 묻고, 들어주면서 준비하는 등 오빠가 있어서 많이 힘이 됐습니다.

정한빈 :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김대진 교수님을 사사하고 있는데,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교수님께서 만들어 주신 기적인 듯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늘 큰 가르침을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아버지, 늘 제 건강을 챙겨주시는 어머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돌봐주신 할머니, 할아버지, 기도해 주신 모든 분,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현정 : 저도 우선 강충모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금호 영재 오디션을 봤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이셨어요. 그래서 그 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거의 10년을 선생님께 배웠어요. 저에게는 부모님만큼이나 정신적인 지주이시지요. 그리고 저의 연주 자료, 동영상 등을 매니저처럼 관리해주시는 아버지, 제가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어머니, 서포트해 주시는 외할머니께도 감사드려요.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한예종에 영재 입학을 해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었는데, 동기들의 배려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기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현정 : 졸업하면 강충모 교수님을 따라 줄리어드 음대에 진학할 생각이라 남은 기간 동안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그 동안 일년에 두세 개씩 국제 콩쿠르에 쉬지 않고 도전했는데, 올해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레퍼토리를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주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내악 연주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예전에는 실내악 연주를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저를 낮추고 다른 악기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정한빈 : 저는 졸업까지 아직 일년 반이 남았기 때문에 한예종에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사사하고 있는 김대진 교수님의 가르침은 물론, 강충모 교수님과 임종필 교수님의 수업은 또다른 시각에서 음악을 볼 수 있게 해주시거든요. 그리고 아직 어디로 유학을 갈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김대진 교수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방향대로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방학 때는 외국 여러 나라를 여행 다녀오고, 꾸준히 언어 공부도 하면서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2위에 오른 정한빈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3학년에 재학 중이다(사사 : 김대진, 오윤주). 2011년 이탈리아 부조니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 진출, 2009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 2008년 독일 에틀링겐국제피아노콩쿠르 5위 및 하이든 상을 받은 바 있다.

4위를 차지한 김현정은 서울예고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4학년에 재학 중(사사 : 강충모)이며, 2010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2010년 그리스 로도스국제피아노콩쿠르 3위, 2009년 일본 하마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 5위에 올랐다.

그들은 지난 5월 20일 서울 삼성동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국내 입상자 초청 연주회에 출연해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선보였다. 1부에서는 김현정이 쇼팽의「Sonata No.2 Op.35」, 그라나도스의「Goyescas No.4 'Quejas o la Maja y el Ruisenor'」, 생상-리스트의「Dance macabre」를, 2부에서는 정한빈이 쇼팽의「Ballade in g minor, Op.23」, 뒤티외의「Sonata 3rd mov, 'Choral et Variation'」, 바그너-리스트의「Tristan und lsolde 'Liebestod'」를 연주했다.

정한빈은 오는 8월 이탈리아 부조니국제피아노콩쿠르 결선을 치를 예정이며, 김현정은 6월 말 파데레프스키콩쿠르 초청으로 폴란드에서 독주회를 열고, 8월에는 일본에서도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다.

글. 배주영 / 사진. 김문기

음악춘추 2011년 6월호
INTERVIEW(Page 113~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