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대 기악과 아비람 라이케르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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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_concours2
작성일
2009-11-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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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국제적인 연주 스타일 가르치겠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이유경 기자 = "여러 명이 먹으려는 초콜릿 케이크에 얹혀져 있는 단 하나뿐인 체리처럼, 달콤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든 소리를 내 봐요."

16일 서울대 음대 연습실. 한 30대 외국인 남성이 학생에게 영어와 손짓을 섞어가며 드뷔시의 피아노곡 `물의 반영'을 설명하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번 학기 서울대 음대 기악과에 임용된 이스라엘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38) 교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음악을 공부한 그는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밸리 주립대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서울대가 피아노 전공 교수를 찾는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지난 1996년 제1회 동아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맺었던 한국과의 인연도 그의 결정에 한몫을 했다.

"외국인이 지원할 수 있기는 해도 실제 한국 교수들을 제치고 뽑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임용됐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서울대가 국제적인 대학이 되려고 외국인 교수진을 많이 고용하는 시기여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에 다녀갔던 터라 한국 문화가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는 다른 외국인이나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외국인등록증 발급 신청을 위해 법무부에 여권을 맡겼는데 열흘 동안이나 돌려받지 못해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만들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냉장고 등 기본적인 가전제품이 갖춰진 미국과 달리 처음 교수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직접 가구를 마련하고 배달시켜야 하는 점도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도 도시가스 연결을 비롯해 각종 물품 구입 등을 도와주는 조교와 교수들이 있어 한국 생활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고 라이케르트 교수는 말했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공연하면서 다양한 문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 해석과 연주법을 익혔다는 라이케르트 교수는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로 레슨을 하는 것에 대해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려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더 확실해지고 정교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슨 내내 자신이 원하는 음색이 어떤 것인지 말로 표현하려고 인상적인 비유나 예시를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약사들의 새하얀 가운과 모든 것이 완벽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장면에서 보이는, 그런 완벽한 깨끗함 말고 조금은 덜 맑은소리를 표현하라"고 학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다도(茶道) 문화를 예로 들며 "엄격하고 경직된 일본에 비해 물 흐르듯 부드럽고 유기적인 한국의 다도처럼 직감을 따르고 때로는 충동적인 한국인의 성격이 음악을 가르치는데 더 좋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경쟁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경쟁이 필요하지만 음악에는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국제적인 피아노 연주 방식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이유경 기자 ylee@yna.co.kr

연합뉴스 2009. 3. 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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